"집은 안팔리고 헐값에 처분도 못하고"..세종시 대이동에 공무원들 '냉가슴'

2012-09-13 16:11
  • 글자크기 설정

9부 2처 2청 총36개 기관, 2014년까지 3단계로 이주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당장 올 연말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는데 내놓은 집이 안 팔려서 걱정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다들 집 사기를 꺼리는데, 급하다고 헐값에 집을 처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는 11월 시작되는 공공기관의 세종시 대이동을 앞두고 정부과천청사 이곳저곳에서는 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전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집값, 육아, 업무 원활성 등 산적한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맞벌이를 하지 않거나 부부가 둘 다 공무원인 경우는 이미 세종시에 집을 분양받아 세종시에서 과천으로 출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세종시 이전이 확정된 9부 2처 2청의 총 36개 중앙행정기관은 올해 말부터 2014년까지 3단계로 이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앙행정기관이 15부2처18청이니 약 절반 정도가 세종시로 이주하는 셈이다.

올해 중에는 국무총리실과 조세심판원,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12개 기관이 이전한다.

국토해양부 사무관 A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는 11월 국토부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면서 석달 전부터 부동산에 집을 내놨지만 집 보러오는 사람은 커녕 문의 전화도 한통 없다.

그는 “집을 판 돈으로 세종시에서 새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이었다”며 “당장 내일 모래 세종시로 내려가는 판에 집이 팔리지 않아 현지에 살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라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주무관 B씨는 비싼 가격에 구입했던 과천 소재 아파트 값이 추락하자 결국 가족과 떨어져 혼자 세종시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그는 “꼬박꼬박 저축해 몇해 전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던 과천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져 현재 팔 수도 없게 됐다”면서 “우선은 혼자 세종시로 내려간 뒤 부동산 경기가 풀릴 때 쯤 집을 팔고 가족들을 세종시로 불러들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사이전으로 인해 한때 준강남으로 불리던 과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과천 주변에 집을 마련했던 공무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인근 부동산 업소에 따르면 과천의 경우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와 더불어 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행정도시로서의 매력이 반감되면서 그야말로 엎진 데 덮친 형국이다. 이에 따른 수요 감소 및 투자유입이 점차 감소하고 있어 과천 아파트값의 이른 시일 내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사무관 K씨 역시 과천 아파트 값 하락에 매일 한숨만 내쉬고 있다. K씨는 결국 본인이 구입했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물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아 가족을 뒤로한 채 세종시에 홀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세종시에 혼자 내려가더라도 막상 집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나홀로 내려오는 공무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원룸’을 찾는 반면 현재 세종시에는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원룸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한 부동산 업자는“원룸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물량이 없어 세종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전 지역 등으로의 입주 문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 이전이 더욱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내년에는 이 같은 주거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돼 ‘대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남편 직장도 서울이고,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부부가 모두 공무원인 사람들은 편하게 내려갈 수 있겠지만 남편을 기러기 아빠 시키고 애들 데리고 내려가자니 남편이 눈에 밟히고, 저 혼자 내려가서 기러기 엄마 하자니 애들이 눈에 밟히네요. 남편 두고 애들 데리고 내려간다고 해도 저 혼자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답이 안 나오네요.”

30대 여성 사무관 C씨. 세종시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부부가 같이 내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남편도 직장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육아휴직이라도 신청하고 시간을 벌어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이들도 좀 크고, 뭔가 대책도 마련되겠지 하는 심정이다.

“전 아직 아무 계획 없어요.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데려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요한 시기인데 데려가자니 입시가 걱정이고, 두고 가자니 또 입시가 걱정이네요.”

40대 여성 공무원 D씨. 당장 12월에는 세종시로 가야 하지만 고1인 딸이 걱정이다. 데리고 갈 수도 두고 갈 수도 없고, 힘들게 들어와 자리잡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기도 힘들다.

삶의 터전을 세종시로 옮겨야 하는 공무원들은 가족, 주거, 분양 등 모든 것이 고민인 가운데 혼자 세종시에 내려가기로 결정한 공무원의 경우는 ‘기러기’ 생활을 하는데 드는 생활비 또한 부담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세종시로 이주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수당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