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올초부터 전일까지 국민연금은 13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우정사업본부까지 포함할 경우 1조2000억원 가량 자금이 들어왔다. 연기금이 지난해 약 12조원을 순매수했다는 점을 보면 올해 연기금의 자금 집행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추세적으로 보면 연기금의 매수세 분기점은 4월이다. 연기금은 올해 1월부터 3월말까지 1조5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이후 4월부터 1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4월부터 6월초까지 14거래일을 제외하고 연기금은 줄곧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지수 추가 상승을 위해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이달 들어 5조원 가량을 순매수한 외국인의 추가 매수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올해 연기금이 12조원 가량을 자금 집행을 계획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최대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와야하는 게 수치상 계산이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시장과 달리 불확실한 대외 변수가 많아진 증시에서 연기금이 공격적인 자금 집행을 단행하기 어렵다는 것.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외국인이 10조원 가량을 팔때 연기금이 12조원 가량을 샀는데 외국인과 다른 포지션을 취한 이유는 저가 매수를 노린 것”이라며 “현재는 대외변수가 불확실해 연기금의 적극적인 판단대응이 늦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최근 시장 상황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6일 1782.47포인트로 장을 마친 후 지난 9일 종가 1940.59까지 11거래일만에 150여포인트 급등했다. 이후 지난 10일부터 이날 종가(1942.54)까지 평균 1940~1950선에 갇혀 숨고르기 장세가 진행 중이다.
코스피 1950선은 RER(주가수익비율) 8배 수준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도 자금 유입 규모는 낮아도 일정 부분 매수세 유입 기대감을 갖게하는 요인이다. 연기금은 조정 장세에서 매수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특히 지난 2006년 이후 연기금의 순매수는 PER 8~9배 이하 지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송창성 연구원은 “현재 순매수 기조를 보면 연기금이 하반기 5조원을 더 살 수 있다”며 “단, 9월 이후 금융위기의 방향과 중국의 3~4분기 GDP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해 2분기 저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연기금의 자금 여력을 분석했다. 만일 시장에서 부정적인 상황이 진행된다면 지난 5월부터 올해말까지 10조원을 매도할 것으로 내다놨다. 단, 평균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8조원,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최대 26조원 매수 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