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과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등에 따르면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지난주 국내 51개 대북 인도지원단체의 협의체인 북민협 측에 “수해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하자”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왔다.
북민협이 8ㆍ15 광복절 이전에 수해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 북측이 긍정적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북한이 수해지원과 관련해 민간단체의 대화제의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북민협 소속 이은상 어린이인터내셔널 대표 등 4명은 24일 북측과의 구체적인 협의를 위해 개성을 방문하겠다고 방북 신청을 했으며, 통일부가 승인했다.
북측과의 협의가 끝나면 북민협은 추석 전에 수해지원 물품을 보낼 계획이다.
북한은 최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어린이어깨동무 등 대북 지원단체들에 수해와 관련한 협의를 하자는 요청을 잇따라 보내왔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어린이어깨동무 측은 29일 개성 방문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남북간 대화가 먼저 재개된다면 지금의 경색국면을 풀어줄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민협의 이날 승인을 시작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수해 지원이 물꼬를 트고, 이를 계기로 정부나 대한적십자 차원의 수해 지원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는 남측 민간단체와 정부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어느 정도 내부 단속이 됐다는 확신이 들자 민간단체들과의 접촉을 넓히면서 정부까지 이어가려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북한 수해지원을 위해 영양식과 초코파이 등 50억 상당의 구호품을 전달키로 했으나 북측에서 식량과 시멘트 등을 요청하며 거부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올해 수해로 8월 4일까지 사망 169명, 실종 400여명, 이재민 21만여명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