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에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체크하는가 하면, 자사 매장을 알리는 홍보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업체 오너들의 현장 방문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 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각종 규제까지 더해지며 매출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매월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던 백화점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한 자릿수 성장세로 돌아섰다. 신규 출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업체 오너들은 현장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현장을 바라보면 회사가 처한 현재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룹의 최종 결정권자가 불시에 매장을 찾다보니 임직원들이 불황 타개를 위한 방안·개선책 등을 미리 수립한다는 장점도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 들어 20여 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마다 매장을 찾아 매출 현황·고객 선호도·편의시설 등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사전통보나 수행원 없이 운전기사만 대동한 채 백화점 등을 찾으며 현장 임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백화점 구리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롯데몰 김포공항점·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등도 점검했다.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나와 수시로 서울 소공동 본점을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달 오픈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신세계 푸드마켓에는 개점 전부터 수차례나 방문, 현장 상황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 이후에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자신의 SNS로 직접 알리며, 홍보맨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천안아산점이 오픈할 당시에도 미리 현장을 찾아 상황을 체크했다. 이달 중순경에는 신세계첼시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을 직접 찾았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그룹 오너들이 현장을 찾는다는 것은 그 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장경영은 오너가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고, 임직원들도 긴장감을 갖고 문제점을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