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리=아주경제 조용성 베이징 특파원 / 사진=한오종 기자>
◆사회자=수교 20년동안 중국은 G2로 굴기했고, 과거 우리나라가 누렸던 우세는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은 앞으로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조평규 부회장=중국이 저임금 생산기지라는 생각은 이제는 완전히 버려야 한다. 경공업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졌다. 국가적으로나 기업적으로나 중국시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전략수정이 필요한 때다.
▲박근태 대표=우리나라에게 가장 큰 생산기지였던 중국은 이제 최대시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그동안 한국기업이 중국에 들어와 제조, 유통, 판매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양성해 냈는지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한다. 사회과학원, 발전연구센터 등 중국의 무수한 싱크탱크들은 이미 20년전부터 세계에 대해 분야별로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인재들 역시 대거 양성되고 있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한국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직 많다.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같은 경우는 우리에게 여전히 기회가 많다. 이 같은 영역을 발굴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호열 소장=중국의 서비스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국의 소비중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43%밖에 안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연결하는 생산자서비스나, 생산성을 높여주는 사업서비스,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서비스 등 분야에서는 중국의 경쟁력이 아직 낙후한 상태다. 중서부 지역에는 관광업 말고는 이렇다할 서비스업이 없다. 서비스업을 개척해 나가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특명’ 중국은 이제 공장이 아니라 시장
▲신영수 발행인=20년전 수교당시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한국전쟁 당시의 적국이었고 사회주의 체제국가였지만 문화적인 그리고 역사적인 공감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와 가장 잘 통할 나라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접근했고 아직도 이같은 인식은 존재한다. 하지만 사안별로 엇박자를 낼 때마다 우리가 중국과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기에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이 생겼고 현재시점에서는 마찰이 많아지는 것 같다.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현장에 뛰는 분이나, 전문가그룹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자=우리나라 국민들의 대중국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박진형 이사=우리 국민들의 대중국 인식은 흔히들 ‘경쟁상대’ ‘장사꾼’ ‘저가상품’ ‘짝퉁’의 이미지가 짙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경쟁상대라기 보다는 협력파트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실제 중국에서는 연간 7000만명이 해외여행에 나서고 있으며 이중 220만명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들은 쇼핑몰이나 면세점의 제품을 싹쓸이하며 큰손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중국전용 쇼핑센터, 중국전용 호텔 등 필요한 시설들이 많다. 또한 의료관광을 비롯한 중국 관광객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있어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근태 대표=대국민 인식이 전환되야 함은 물론이고 한국에 계신 기업가나 공무원들의 인식 역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상당수는 아직도 중국은 과거와 같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 한국기업보다 중국기업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사회자=한국경제는 중국경제에 급속히 동조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착륙이 한국 경기급랭을 넘어 한국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그만큼 중국경제상황이 우리의 생활에도 중요해졌다는 말인데,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임호열 소장=도시화와 서부대개발이 진행중인 만큼 중국경제는 순항할 것이라고 본다. 선진국들의 도시화율은 70%가량인데 반해 현재 중국의 도시화율은 50%가량이다. 중국은 도시화율을 1년에 1~1.5%포인트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0년이면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8개, 100만명이상의 도시가 220개가 생긴다. 도시화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막대한 건설산업수요를 불러일으킨다. 막강한 동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서부대개발은 당분간 상당한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이 아닌 6~8%선의 중속성장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조평규 부회장=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많은 우려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성장의 주축은 단연 건설산업이다. 현재 중국정부는 대출을 규제하고 외지인 주택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당국에게 정책수단이 많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신정부가 들어서면 경기부양을 위해 제한책을 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한 신규주택수요나 넓은 평수로의 이전수요가 많고 신도시건설, 사회간접자본건설 수요가 많다. 수요가 많은 상황인 만큼 규제를 풀면 경착륙 우려는 간단히 불식될 것이라고 본다.
▲박근태 대표=중국의 경착륙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경착륙은 있어서도 안되며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중국의 내수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은 근로자 기본임금을 2011년에서 2015년까지 두배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코스트가 올라간다는 악영향이 있지만 사회 전반의 구매력이 올라가면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틈새시장이 출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기로 볼 수도 있다.
▲박진형 이사=중국은 현재 산업구조조정을 진행중인데 이 과정을 잘 풀어나간다면 앞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올해는 외부상황이 어려운 만큼 성장률이 하락하기는 하겠지만 낙관적으로 8%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더해 여러 모순점을 넘기면 장기적으로 롱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착륙 우려 낮아. ‘위안화’ 인식 전환 시급.
◆사회자=중국의 불황은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며 이는 진정한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신영수 발행인=중국의 7월달 수출액이 1% 증가에 그쳤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중국의 수출 역시 부진할 것이고, 전세계가 불황인 가운데 중국만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는 데에는 제약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안정을 위한 고용창출을 보장하는 경제성장률은 8%다. 고용불안이 생긴다면 어떤 결과가 야기될 지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 정치문제가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임호열 소장=현재 중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은 부동산버블과 지방부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잘 인식하고 있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잘 관리하고 있어서 큰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사회적인 불만을 야기시킨다.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높은 집값은 빈곤층이나 사회초년병, 신혼부부에게 좌절감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사회불안으로 귀결될 수 있다. 중국의 정책당국자와 싱크탱크들은 이에 대한 위험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적절히 관리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자=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올라설 기세인데,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하나.
▲임호열 소장=위안화 국제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위안화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메카인 런던도 위안화 역외시장을 만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도 위안화직거래제를 도입했다. 중국의 무역결제액 중 위안화 결제분은 11%까지 올라갔다. 수년내에 달러화, 유로화와 함께 세계 3대통화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도 위안화 무역결제가 제도적으로 가능하지만 환리스크 헷지 등을 고려한 기업의 수요부족으로 실적은 크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행은 지난 연말 3억달러의 적격외국인기관투자(QFII) 한도를 받아 올해 전액 투자했으며, 인민은행으로부터 은행간 채권투자 한도도 받아 위안화 위안화 자산을 늘려가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은행이 중국에 들어와 위안화 투자나 현금보유고를 늘리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고 있다.
▲박진형 이사=위안화가 국제화된다면 또 다른 환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위안화의 유출이 쉬워지면서 중국의 투자유치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박근태 대표=광시(廣西)자치구 신저우에 가보니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동남아 6개국이 위안화 직접거래를 하고 있더라. 아시아 국가들이 상당부분 무역결제를 위안화로 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우리 역시 위안화 거래를 늘려 미래 환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
◆사회자=중국 내수시장 진출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수시장 진출을 위해 기업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부는 어떤 지원책을 펴야하나.
▲박근태 대표=과거 중국은 외자기업의 투자를 무조건 받아들였고 토지임대나 조세징수 분야에서 많은 혜택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중국 당국의 취사선택을 거쳐야 투자가 가능하다. 때문에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수출전진기지가 아닌 고기능 고부가가치산업과 서비스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자리에서 내수진출을 위한 세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는 역량이나 시장에 맞는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첨단산업이 아닌 업종이나 3D업종, 오염물질 배출업종은 진출 자체가 어렵다.
또한 연안지역은 임대료와 임금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2급이나 3급도시의 시장에서의 기회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다. 두번째 인적 현지화를 하라는 것이다. 각 지역별로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현지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중국 대학생들이 한해 8만명 가량이니 이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번째는 위기관리능력을 배양하라는 점이다. 지난해 소비자의 날에 우리나라 한 기업이 TV프로그램에서 고발당해 갖은 고초를 당했다. 과거 외자업체에 우호적이었던 현지 매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들은 외자업체의 잘못을 눈여겨 보고 있기에 충분한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
▲조평규 부회장=중국 내수시장 진출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문화적 동질성으로 인해 한국의 소비재 판매에도 용이하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혜택을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중국 정부는 산업별로 많은 혜택을 주고 있으며 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뿐 아니라 정부에서 중국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