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쇼핑 1번지’ 명동은 ‘전기 1번지’

2012-08-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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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상권 종로도 여전히 ‘문열고 냉방’

1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2가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 정부가 개문냉방영업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명동거리에는 여전히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상점이 눈에 띄었다.
아주경제 권경렬·박수유·한지연 인턴기자= “차라리 벌금 내는 게 낫지, 너무 더우면 손님들 짜증나서 나가버려요.”

지난 7월 1일 이후 ‘문열고 냉방’ 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지만, ‘쇼핑 1번지’ 명동에는 여전히 문을 열고 영업하는 점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16일 오후 명동에 있는 한 구두판매점의 열린 문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새어나왔다. 평소에도 문을 열고 영업하느냐고 묻자 점포 주인은 억울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의 벌금을 지불해야지만, 매장이 더워서 손님들 나가고 매출 줄어들면 그게 오히려 손해”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문을 닫아놓고 영업하면 손님들이 드나들기 불편하다는 매장 측의 불만도 많았다. 한 팬시점 매장 주인 김모씨는 “(우리는) 원래 미닫이 문이었는데 정부 방침대로 닫아놓고 영업하려니 손님들이 아예 열고 들어오질 않더라. 그래서 점원이 문 앞에 서서 일일이 열어줘야 했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이곳은 최근 구청의 권고로 여닫이문으로 바꿨다. 김씨는 “문을 바꾼 이후 손님들이 드나들기도 더욱 편해졌고 매장 내부의 냉기도 새어나가지 않아 전기료 절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단속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포가 속속 눈에 들어왔다. 문이 활짝 열린 채 영업 중인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 실내온도를 물었다. 매장 매니저는 닫히지 않도록 막아놨던 자동문을 황급히 닫으며 “에어컨을 25도에 항상 맞춰놓는다. 예전에 단속에 한 번 걸린 이후로는 문도 절대 안 연다”며 손사래를 쳤다.

당국의 실내온도 단속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정부는 무조건 실내온도를 25도로 유지하라고 공문을 보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상점이 뜨거운 조명과 북적이는 손님들, 높은 천정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들 겉으로는 지킨다고 말하지만 25도로 설정해 놓고는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16일 오후 12시 종로2가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 매장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지만 출입문은 계속 열려 있었다.
최대 상권인 종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고 영업 중이었지만 실내온도는 제한온도인 25도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었다.

5층 규모의 한 대형 생활용품 판매점에 들어서자 등줄기에 맺힌 땀이 금세 마를 정도로 시원했다. 이 매장의 에어컨은 22도에 맞춰져 있었다. 매장 직원 B씨는 “손님들도 덥고 일하는 저희도 더운데 어떡합니까”라며 불만을 호소했다.

휴대폰 매장을 운영 중인 장모씨는 “우리처럼 모퉁이에 있지 않은 가게는 문이라도 열지 않으면 지나다니는 손님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며 개문영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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