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인근 주택 매매시장이 개통 3년만에 약발을 다한 모습이다. 개통 당시만 해도 서울 강서와 강남을 가로지르는 황금 라인으로 각광받았지만 장기 시장 침체 속에서 지하철 개통 호재도 힘을 잃은 것이다.
3기 지하철 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2001부터 착공에 들어간 9호선은 2006년 서울시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화됐다. 약 2년 후인 2009년 7월 24일 1단계(개화~신논현) 개통을 하게 됐다.
9호선 개통으로 김포공항에서 강남까지 이동시간이 30분 이내(급행 기준)로 크게 줄면서, 교통 여건 개선에 대한 강서권 지역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국민은행 시세 통계에 따르면 사업이 본격화되던 2006년부터 개통 전인 2009년 6월까지 3년6개월 동안 강서구 아파트값은 무려 44.5%나 치솟았다. 부동산시장이 호황기였던 2006년에는 한해에만 35.7%가 뛰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집값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2009년 7월 개통 이후 지난 6월까지 이 지역 아파트값은 6.2% 하락했다.
9호선 가양역 인근에 있는 가양동 가양6단지 전용 58㎡는 2008년 6월 지하철 개통 호재로 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06년 1월 시세(1억83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억9800만원 선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7월 말 현재 2억5000만원 선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등촌역 인근 일신건영휴먼빌 전용 84㎡ 역시 2006년 2월 3억1000만원에서 2010년 5월 4억3000만원 선까지 뛰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매물 시세는 3억7000만원대다.
가양동 K공인 대표는 "지하철 9호선 개통 전만 해도 이 지역 일대 아파트들은 2~3년 새 모두 30% 이상씩은 뛰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많이 빠졌다"며 "아직 저점까지 내려가지 않아 추가 하락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강한 뒷심을 발휘하며 시세를 유지하던 9호선 신반포역과 구반포역 주변 아파트들도 요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말 입주한 반포동 반포 자이 전용 84㎡의 경우 입주 당시 12억원대이던 시세가 2011년에는 15억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 13억원대로 주저앉은 이후 지금은 입주 때와 비슷한 12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대형 아파트는 낙폭이 더 크다. 반포 자이 전용 194㎡는 2010년 1월 최고 28억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20억원대다. 2년6개월 새 8억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2009년 7월 입주한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198㎡도 지난해 초만 해도 31억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23억원대 매물도 팔리지 않는다.
반포동 J공인 관계자는 "9호선 개통 호재 약발이 다했는지 요즘 전화 문의조차 없다"며 "강남권의 초역세권 단지도 시장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