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으며 ECB가 유로존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다. 미국·영국 중앙은행처럼 과감한 양적완화를 실행할 수 있다고 전망됐다. 또한 일부 투자자들은 ECB가 국채 뿐만 아니라 회사채도 매입해 채권 금리를 인위적으로 하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드라기 ECB 총재도 "유로 위기를 막기 위해서 뭐든지 하겠다"고 발언해 시장 기대감을 부추겼다.
그러나 로이터는 30일(현지시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재정위기국 국채를 사들이는 시점에서 ECB가 채권 유통시장에 다시 개입하는 것을 보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미 ECB가 초저금리 기조인데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CB의 기준금리는 사상최저치인 0.75%이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RBC의 젠스 라르슨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가을이 지나서야 다시 금리 인하를 검토할 전망”이라며 “ECB는 유로존 정상들에게 더욱 압력을 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ECB가 유로화안정기구(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해 차입을 쉽게 하면서 스페인·이탈리아 위기에 본격 대응할 수 있다는 방안도 전개됐으나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반대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ECB가 두번 실행한 3년만기 장기대출프로그램(LTRO)는 시중의 유동성을 풀겠다는 목표와 달리 다시 ECB의 금고로 돌아왔다. 유럽은행에 1조유로나 빌려줬음에도 효과가 적어 다시 실행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는 ECB가 공격적인 선택을 통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ECB의 회의가 진행되면 시장은 크게 실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조나선 로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며 “ECB가 그랬왔듯이 우리가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라는 조건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드라기 총재의 지난 발언은 시간 벌기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ECB가 실제로 나서기보다 우선 믿고 기다리라는 주의를 주는 분위기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드라기 총재의 발언 이후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30일 6.62%로 하락하고 이탈리아는 5%대로 가라앉았다. 유로존 정상들은 몇주간의 시간을 번 셈이다. 일각에서는 ECB는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9월 또는 10월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의 견해와 스페인이 전면 구제를 신청할지 여부가 변수라고 주장했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짐 맥코간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드라기의 발언을 과대해석했다"며 "현 정지적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양적완화를 취할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