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영국의 로이터에 따르면 미 농무부(USDA)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인 가뭄으로 인해 축산물을 비롯한 식품가격이 내년에 일제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고기 가격은 4~5%, 돼지고기 2.5~3.5%, 닭 등 가금류는 3.5~4.5%,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은 3.5~4.5%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USDA 경제분석가인 리처드 볼프는 “정상적인 식품가격 상승폭은 연간 2.8% 정도”라면서 “소비자들은 내년도에 높은 물가를 확실히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금류가 육류 범주 가운데 가장 비중이 작고 식탁에 오르는 속도가 빠른 만큼 사료 가격상승에 따른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과일 야채 가공식품 등 가격은 상대적으로 가뭄의 영향이 적었다.
USDA가 이처럼 가뭄 피해 상황을 고려해 식품가격 인상 추정치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보고서가 처음으로 식품 가격 전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진단했다.
상품가치를 가진 수확물은 크게 감소했고 국제 곡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선물가격은 한 달 동안 50% 이상 올라 부셀당 8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콩 선물가격도 두 달 동안 부셀당 4달러가 상승해 17달러에 거래 중이다.
말라버린 초지에 사료가격까지 뛰자 축산농가들은 절망에 빠졌다. 아예 소나 돼지를 도축하거나 팔아치우는 농가도 많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을 고비로 고기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했다. USDA는 육류 가격의 상승을 햄버거 등 음식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 계산하기 어렵지만 쇠고기 관련 음식은 5%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가축들이 한꺼번에 도축되면서 가축산업의 비용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업계는 미국의 육류 가격이 매년 두자릿 수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표적인 돈육업체 스미스필드의 래리 포프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육류업계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스미스필드의 주식은 이달 들어 13%나 하락했다. 포프 CEO는 “앞으로 쇠고기는 사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쌀 것”이라며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쇠고기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영국 유통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밀 선물가격은 올해 들어 50% 이상 오른 t당 210파운드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의 축산농가는 이미 유통시장에 닭과 달걀 가격을 20%나 올리라고 요청했다고 FT는 전했다.
피터 브래드녹 영국가금업협회 회장은 “닭 한 마리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25%나 올랐다”며 “축산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상품가격에 반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닭을 생산하는 비용 가운데 사료값이 60%를 차지한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인 모리슨은 생산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우유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옥수수가 주원료인 에탄올 등 신재생 원료에 대한 정책을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 정부는 올해 130억 갤런 이상의 에탄올 연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수확한 옥수수 가운데 40%는 에탄올 정제사에 의해 소비되기 때문에 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