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잇단 악재로 '만신창이'… 핵심국마저 우려

2012-07-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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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경제가 잇따른 악재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재정자금난 우려로 대출비용이 치솟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지표는 연속 위축세를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2차 구제금융을 받는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도 불가피해 다음달 디폴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일부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핵심 경제국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한 긴축조치를 우려하며 유로존 경제의 전망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화된 경제지표가 일부 유로존 국가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 유로존 전역에 경기침체 확산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마르키트에 따르면 7월의 유로존 경기활동은 6개월 연속 위축됐다. 특히 유로존 자금줄인 독일의 약세와 그리스의 대책 없는 경기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유로존 전체의 경기침체는 일부 재정위기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르키트는 특히 유로존의 2대 경제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량이 모두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의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과 같은 46.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로존의 7월 제조업 활동지수는 44.1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급격하게 하락했던 지난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확장을, 이하면 위축을 나타낸다.

문제는 제조업의 강국인 독일의 PMI도 3년래 최저치인 47.3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역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위축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덴마크 단스케방크의 앤더스 모럴 룸호르츠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이 2분기 경기침체를 피해갔으나 3분기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침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전체의 3분기 GDP 성장률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수치를 통해 유로존 전 지역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WSJ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러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면서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하향조정했다. 당초 지난 5월에는 러시아 경제가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러시아 경제발전부 장관인 안드레이 벨로우소브는 지난 21일 올해 경제가 3.8~4%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그리스·스페인 리스크 확대
5년 연속 경기침체에 빠져 있는 그리스는 올해 하반기 경제난도 예상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안토니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24일 그리스 경제성장이 마이너스 7%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고 밝히고 허리끈을 바싹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리스는 채무 2000억 유로 재조정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국고가 바닥나 다음달에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자금조달 비용은 계속 치솟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2bp 올라 7.62%를, 이탈리아는 26bp 올라 6.59%를 기록했다. 게다가 스페인의 5년물 국채 수익률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00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영국의 로이터는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를 넘어선 것은 스페인의 디폴트 리스크가 심각하다는 시장의 시그널로 분석했다.

RIA캐피탈의 닉 스타멘코빅 채권전략가는 "5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차이가 반대로 벌어진 것은 스페인 재정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금융권 위기를 막기 위해 1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재정부담이 가중되며 금융시장의 우려는 깊어졌다. 이러한 우려는 발렌시아 등 일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며 현실화됐다. 스페인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이탈리아에서도 재정위기가 확산돼 10곳의 주요 도시가 부도난을 겪었다.

그리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제난은 주변 유로존 국가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자금난을 메우기 위한 유로존 핵심국의 지원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디스는 24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 이어 유로존 최고 신용등급(AAA)인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또한 25일에는 유로존의 방화벽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 전망마저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스페인의 자금조달 비용은 경제적 기반과 부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연합 등 지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결정했던 사안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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