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연일 추락하고 있지만 오히려 재산세 등 보유세는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집값 하락에 신음하던 집주인들은 재산세 증가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소재 주택·건축물 소유자가 납부할 7월분 재산세(6월 1일 기준)는 533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5127억원보다 122억원 증가한 것이다. 재산세는 통상 7월과 9월 두 차례 납부한다. 7월에는 주택분의 절반, 9월에는 주택분 나머지 절반과 토지분을 낸다.
보유세인 재산세는 집값에 따라 납부액이 달라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집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증가 추세인 재산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집값은 떨어지고 있는데 재산세는 왜 많아진 걸까. 바로 공시가격이 오른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 세무과 관계자는 “지난 4~5월 공시된 주택 공시가격·개별 공시지가와 건물 신축가격 기준액이 소폭 오르면서 재산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의 개별 주택가격(단독주택 가격)과 개별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2.96%, 3.69% 올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가격만 1.05% 내렸을 뿐이다.
박재완 회계사무소의 박재완 세무사는 “보유세는 공동주택 가격과 개별 공시지가를 합산해 과세하기 때문에 재산세가 늘 수 있다”며 “서울뿐 아니라 올해 전국 공시가격의 상승 폭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도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렉슬아파트의 경우 시세가 떨어졌는데도 1㎡당 개별 공시지가는 지난해 1090만원에서 올해 1130만원으로 40만원 올랐다.
서울 고급빌라도 마찬가지다. 초고가 주택으로 알려진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 연립주택 전용 273㎡는 공시가가 52억4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 상승했다. 보유세 부담은 같은기간 4337만7000원에서 4500만1440원으로 3.8% 높아졌다.
건물 신축가격 기준액이 지난해 58만원에서 올해 61만원으로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건물 신축가격 기준액에 면적 등을 곱해 시가표준액을 산정하는데, 시가표준액은 재산세를 부과하기 위해 산출하는 기준이다. 이 금액이 높아질수록 해당 건물의 재산세도 많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시세와 달리 공시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가 공시가격과 실제 시세와의 격차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공시지가의 경우 지난해 실거래가의 57.1%에 불과했고 지역간 격차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세 반영률과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인상 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