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사회적 복지수요 증가 등에 '경제민주화'란 옷을 입혀 본격적인 선명성 경쟁에 돌입하고 재계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한편 의미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양측의 공방이 불가피하다.
18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야 할 첫번째 과제로 정하고 입법활동과 포럼 출범, 공청회 개최 등 본격적인 선명성 경쟁에 돌입했다.
무상보육·노동문제 등 일부 현안에 있어선 여야 간에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재벌을 개혁하고 서민계층을 지원한다는 큰 골자에는 차이가 없다.
야권은 민주통합당 이종걸·유승희 의원이 대표를 맡는 ‘경제민주화포럼’을 5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에 나섰다.
경제민주화가 정국 이슈로 떠오르면서 의미의 재정립이 필요해진 터라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 개념을 내재화하고,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을 역임했던 유종일 KDI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시장개혁은 시장자유화가 아니라 시장민주화여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으로 △노동조합의 권리 강화 △재벌개혁 △중소기업 교섭력 강화를 제시했다.
유 교수는 이어 “한국의 재벌은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총수자본주의를 체현하고 있다”며 “총수의 황제적 지배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확대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을 주주자본주의라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재벌의 존재는 인정하되 독선적 경영을 제한하고, ‘을’의 위치인 노동자·협력업체의 입지를 키워 균형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 정책의 골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강·온파로 나뉘어 경제민주화 논의를 활성화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과 이혜훈 최고위원, 유승민·김세연·남경필·정두언 의원 등으로 구성된 강경파는 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대기업 소유·지배 구조 개편, 연기금 주주권 행사, 공정거래법 재정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한구 원내대표·최경환·김광림·류성걸·안종범·강석훈·이종훈 의원 등 경제 관료 및 정책위 관련 당직자들로 구성된 온건파는 경제민주화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공정위 권한 강화와 대·중소기업 상생, 대기업의 편법상속 제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한경연 ‘사회통합센터’ 출범…“일방적 정부주도 사회통합 옳지 않아”
전경련 산하 민간 정책연구원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롯데호텔에서 ‘사회통합센터’ 출범 및 정책토론회를 열고 경제민주화 논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재계에서 정치적 사안인 사회통합을 위해 민간 연구센터를 설립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센터의 초대 소장으로 선임된 현진권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출범식에서 “지금과 같이 정부주도의 사회통합을 가지고는 절대 사회통합으로 가기 힘들다”며 “민간 부문에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사회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다. 이것이 사회통합센터 출범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 한 최병일 한경연 원장은 “한국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지만 한국은 언젠가부터 코드로 사람을 재단하고 진영논리와 양극화로 대변되는 불편한 사회가 됐다”며 “앞으로 한국경제가 지속성장하고 그 속에서 국민들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사회통합을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사회통합센터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한경연은 지난달 초 첫 번째 토론에 이어 오는 10일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 쟁점별 고찰’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정책토론회를 열고 ‘경제민주화’에 깔린 ‘반기업적 이미지’를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현 소장은 “지금의 사회통합 논의는 유독 계층간 갈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여기에 관료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책에 무리가 오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가게 되면 장래 경제가 밝지 않다. 사회통합센터가 민간 부문의 논의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