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키로 하면서 총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올해 임단협 협상을 시작했지만, 2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왔다.
노조 측은 “사측은 노조의 주요 요구안에 대해 아무 것도 양보한 것이 없다”며 “지부대표자회의와 중앙위원회 개최 결과 쟁의행위에 나서기로 결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 임하면서 △임금인상률 7% 이상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 △오는 2015년까지 비정규직 제도 철폐 △정년 60세까지 연장 △노조의 경영참여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을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사측은 사회공헌활동 강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구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임단협에 참여했던 한 시중은행장은 “금융권에 대한 대외적인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협상을 하는 내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임단협을 앞두고 노조 측이 주장한 은행 영업시간 원상복귀에 대해 은행장들은 물론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까지 반대 의사를 드러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노조는 3년 전 30분 앞당겨졌던 은행 영업시간을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로 원상복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서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농협과 정부가 체결한 경영개선 이행약정에 대해 농협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다음달 중 파업에 나서기로 한 상태라 파업 사태가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임단협이 매년 노사 갈등을 넘어 노정(勞政)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성명서에서 사측의 비협조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금융당국의 관치에 대해서도 강력한 어조로 비난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농협 자율성 침해에 대한 금융노동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정 갈등은 임단협에서 사측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협상 난항의 책임을 정부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사측의 주장에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시장원리에 따라 진행되기가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임금 등의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