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원짜리 수입다리미, 5만원이 유통마진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수입 전기다리미가 유통수익이 수입 원가의 1.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유통 업자들이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수입 전기다리미의 유통구조·유통수익률·판매점별 소비자가격·한-EU FTA 전후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한 내용을 21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백화점·대형마트·전문점·오픈마켓 등에서 판매 중인 △테팔 △필립스 등 총 41종으로, 이번 조사 결과 이들 수입·유통업체들이 얻는 수입가격 대비 유통수익 비율(이하 유통수익률)은 129.6%에 달했다.

예를 들어 수입업체는 3만 6600원에 수입한 전기다리미를 5만 4103원으로 중간 상인이나 소매업체에 판매하고, 소비자가 소매업체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는 8만 4027원(부가세 포함 시 9만 2430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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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41개 모델별 유통수익률은 22개 제품이 100~150%로 전체의 53.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수입 전기다리미의 유통구조는 수입업체가 직접 제품을 공급해 2단계를 거치거나, 백화점이나 오픈마켓은 중간상인이 끼어있어 3단계의 형태를 띄었다.

하지만 유통구조가 2단계인 대형마트나 전문점의 소비자가격은 유통구조가 3단계인 백화점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2단계 유통구조에서는 중간상인 몫의 유통수익이 수입업체와 소매업체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종 소비자가격은 유통구조가 3단계인 백화점과 비슷했다.

모든 유통점에서 판매 중인 8개 모델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백화점을 100으로 보았을 때 전문점은 99.9·대형마트는 94.6 수준이다.

소비자원은 이는 수입 전기다리미 시장의 독과점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기다리미 시장은 수입업체 2사(세브코리아·필립스전자), 소매업체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소비자원은 "전기다리미 수입업체나 유통업체는 FTA 발효로 인한 관세(8%) 폐지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며 "2단계로 거래하는 수입업체나 유통업체의 경우 가격인하 여력이 있는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