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 대기업 직원들은 대규모 성과급과 승진인사라는 흐뭇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국내 500대 대기업의 절반이상(57.9%)이 성과급을 이미 지급했고, 상장기업의 21.3%가 연말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9~10월 700만원, 200%의 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연말에도 성과급(100%)을 준다.
한쪽에선 성과급 잔치를 할 때 서씨와 같은 일용직 근로자나 중소기업근로자 자영업종 종사자들은 체불임금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보너스는 커녕 제월급도 때 맞춰 받기 어려운 것이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월말까지 임금체불로 고생한 사람은 25만명에 달하며 체불된 임금만 949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체불임금 규모는 전년동기(1조406억원) 대비 8.7% 줄었지만,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불임금 구조상 유럽재정위기 여파가 확장되는 12월과 내년 상반기 체불임금규모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체불임금 근로자는 2008년보다 5만명이상 늘어난 30만명을 넘었고, 체불임금액도 전년도보다 4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1조3438억원에 달했다.
위기에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이 늘면 소속된 근로자들의 임금은 체불되기 십상이다.
한국사회보험연구소에 따르면 체불임금 사업체의 25% 이상이 휴업 또는 폐업중이거나 기업부도상태에 있다. 폐업이나 부도는 곧 체불임금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9월에 월 평균 100여개에 머물렀던 부도업체 수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실물경제로 확대되기 시작한 10월 들어 118개로 늘었고, 11월에는 130개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부도업체 1231곳 가운데 근로자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401개)과 서비스업(538개)의 부도율이 높은 것은 체불임금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내년에는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10월과 11월 두달 연속 광공업생산이 감소하고 설비투자가 위축되는 등 유럽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부도 내년 상반기를 가장 위험한 시기로 꼽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체불임금 방지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임금체불 사업주의 명단을 공개하고, 금융 및 신용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체불사업주 제재 기준이 1년동안 체불하고, 3회 이상 시정지시를 받고서도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만 불이익을 받게된다. 당장 체불임금으로 먹고사는 게 문제인 근로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