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우리나라 서예 법 세운 '김생 특별전'

2011-12-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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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238호 안평대군 소원화개첩등 총 50여점 전시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은 해동서성 김생(711~791이후) 탄생 1300주년 기념 '필신 - 김생에서 추사까지, 한국서예걸작 30'특별전을 24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현재 도난상태인 국보238호인 안평대군의 '소원화개첩'과 같은 작품이 담긴 '대동휘적첩(大東徽蹟帖)'과 국가지정 보물13여점을 포함한 한국서예걸작 30점, 조선시대 김생 계승관련 유물 20여점 등 총 50여점이 소개된다.

◆그렇다면 김생은 누구일까.

서예역사에서 화두가 된 두 성인이 있는데 중국이 왕희지라면 한국은 김생이다. 왕희지가 이전의 전(篆) 예(隸)를 토대로 위(魏) 진(晉) 이래의 글씨의 법(法)을 세웠다면 김생은 통일신라 이전의 삼국 글씨를 토대로 왕법(王法)과 당법(唐法)까지 하나로 녹여 우리나라 서예(書藝)의 법(法)을 처음 세운 사람이다.

즉 중국과 같고도 다른 화엄불국(華嚴佛國)의 원융무애(圓融無碍)한 김생체(金生體)를 창출해낸 것이다.

이번전시 기획자 이동국 서예박물관 큐레이터는 "김생체 창출은 석굴암(石窟庵) 본존불이 세계 불상의 미를 완성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와 같다"며 "김생으로부터 한국서예의 미학(美學) 기준이 제시됨으로서 동아시아 세계서예 판도는 중국에서 한국 일본으로 다원화(多元化)되면서 확대 재편됐다"고 밝혔다.

김생은 당시 시대서풍인 왕법의 신수를 체득했고, 이를 토대로 당해(唐楷)의 전형을 수용하되 이것과는 유(類)를 달리하는 독자적인 글씨를 변화무쌍한 필획과 짜임새로 구사해냈던 것이다. 특히 험경한 획질과 결구에 있어 대비적인 음양요소를 극심하게 운용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내는 데서 확인된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김생 글씨의 가치는 바로 이와 같이 외래문화를 수용하되 그것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미의식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천해낸 우리 역사가 기억하는 첫 인물"이라고 밝혔다.

安平大君안평대군 이용李瑢(1418~1453) <7언시> 27X28cm 개인소장

◆한국서예와 중국서예 비교

통일신라의 김생이 우리글씨의 전형(典型)을 세운 이래로 고려의 탄연, 조선의 안평대군, 한석봉, 윤백하, 김추사 등과 같은 거장들이 등장하여 우리글씨역사를 토대로 중국서예를 녹여내면서 한국서예는 중국서예와 같고도 다른 궤적을 걸어왔다.

특히 김생 이후 고려 조선에 걸쳐 탄연, 이암이나 이용, 이황, 황기로, 한호, 윤순, 이광사, 김정희 등과 같은 거장들이 유(儒)·불(佛)이나 노장(老莊)과 같은 사상을 토대로 우리와 중국서예를 혼융해냈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한자 서예역사를 통해 우리 글씨미학의 결정과 정신의 대맥을 살펴보고자 한다"면서 "한국서예 문자문화의 역사를 김생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혼융미학의 관점에서 우리글씨가 중국서예를 어떻게 수용하고 재해석 해내는가 하는 입장에서 우리서예의 독자성을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서예는 문자디자인 역사

사실상 지금 우리는 한자문맹에 가깝다. 일상문자 생활에서 지필묵이 사라진지도 오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우리는 서예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해왔고, 한국서예는 없거나, 있다고 해도 중국서예의 아류로 간주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서예의 전형을 처음 세운 김생부터 조선말기 추사까지 우리역사에서 등장하는 거장들의 필적을 통해 한국서예가 중국서예와 어떻게 같고 다른가를 보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서예와 다른 어떠한 독자성이 한국서예에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김생金生(711~?) <태자사랑공대사백월서원탑비太子寺朗空大師白月栖雲塔碑> 拓帖 박영돈 소장

3500여년의 한자서예역사 중 한국서예는 한자도입을 기준으로 2000년이 훨씬 넘는데 크게 보면 통일신라와 조선말기가 분수령이다.

8세기 통일신라 김생이 처음으로 한국서예의 전형을 만든 이래 1200여년이 지나 19세기 조선의 추사가 첩(帖)·비(碑) 혼융을 통해 우리글씨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한자’와 ‘서예’, ‘한자서예’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한국서예역사야 말로 우리나라 문자디자인 내지는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임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현장이다. 더 크게는 글씨미학을 넘어 우리나라의 정신줄을 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 2부인 ‘도(道)를 듣다, 문도聞道 - 김생과 권창륜, 박대성, 1300년의 대화’ 는 2012년 2월 15일부터 3월 4일까지 개최된다.일반 7000원. 학생 3000원~5000원.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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