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문제에 능통한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차기지도자인 시진핑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차기 당서기가 되고 국가주석이 될 경우, 중국이 북한에 대한 혈·동맹 관계를 더욱 강조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이 북한과 더불어 러시아, 베트남 등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이를 통해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미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섭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시진핑 중국 부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태자당·상하이방(上海幇) 인물들의 최근 행보에서 뚜렷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이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20,21일 이틀에 걸쳐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해 준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외국 지도자 조문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상하이방 인물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근무하는 한 소식통은 “조문에 참석했고 지난 5월 김정일 위원장 방중시 후진타오 주석 면담때 동석했던 중국 길림성 출신 리장춘(67)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은 상하이방 중에서도 김정일 위원장과 잘 맞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방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있어 ‘혁명장관’이었던 김일성의 사상을 중시해 줬던 지도층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정치학계 관계자는“중국 공청단을 기반으로 둔 후진타오 주석시대에는 북한이 중국에게 ‘앓던 이’ 이거나 ‘버릴래야 버릴 수도, 풀자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진핑 부주석시대에는 중국의 지도층 집단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높은 기준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 북한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마지막 방중이 됐던 지난 5월 23일 중국방문에서 김 위원장은 상하이방의 다꺼(大兄)격인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다수의 상하이방 인물들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앞두고 지재룡(69) 주중 북한대사가 상하이방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했던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 북·중 문제 전문가는 "지난 마지막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 양국간 전략적 합의는 물론 아들인 김정은을 지켜달라는 사인을 줬을 것"이라며 "북중관계는 과거 최상의 시기였던 때로 돌아갈 개연성이 크다“고 북·중 관계를 전망했다.
한편 베이징에는 중국이 대규모 대북 식량 원조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은 김정일 장례 이후 동요되는 민심을 수습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식량배급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베이징 외교가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김정일 위원장마저 사망했고 그로 인해 불안정 정국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향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양국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