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정일 사망이 발표된 이후 중국은 당일 저녁 재빨리 조전을 통해 김정은 지지의사를 명확히 밝혔으며 21일까지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조문을 끝마쳤다. 이에 더해 28일 평양에서 치러질 장례식에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급 인사가 대규모 조문단을 이끌고 방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22일 베이징 소식통이 전했다. 또한 장례절차가 끝난 후 대규모 식량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북한으로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체제구축이 급선무다. 집단지도체제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중심에는 김정은이 위치해야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북한은 석유를 비롯해 식량, 공업원자재 등의 수입창구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외교적으로도 북한의 입장을 거들어 줄 맹우로는 중국이 거의 유일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권안보를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나이가 어리고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의 권위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국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도 불안정한 북한을 지지함으로 인해 북한을 더욱 자국에 결속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로서 북한을 지원하고 김정은 체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북한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가 향후 대미협상에서 요긴한 카드로 사용할 것임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협상력 강화와 동북아 안보의 주도권을 쥐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배경하에 중국은 발빠르게 조문정국을 주도해가고 있다. 우선 19일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 국무원, 군사위원회 등의 명의로 애도를 표하는 조전을 북한에 전달했다. 주요한 권력기관을 모두 망라한 형식을 띄었으며 특히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차기로서 인정하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이후 20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해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창춘(李長春)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당·정·군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베이징(北京)의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했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허궈창(賀國强)ㆍ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이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단체로 조의를 표시했다. 신속하게 중국의 핵심 9인이 모두 조문을 마치는 파격을 보였다.
북한측 역시 중국에 김 위원장의 사망을 발표 전에 미리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 사망 직후 평양에 급히 귀국했다가 20일 중국으로 돌아온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행보로 미뤄볼때 사전공지됐을 정황은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은 사전통보 여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은 이미 외국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당차원이나 개인차원의 조문에 대해서는 길을 열어놓은 상태다. 때문에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급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이 평양에 파견될 수 있다. 김정은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위해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평양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차기 총서기로 내정된 인사가 조문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 만큼 자칭린이나 리창춘 등의 상무위원도 조문단 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북중관계가 껄끄러웠던 1994년 당시에도 중국은 정치국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북한에 파견했었다.
또한 베이징에는 중국이 대규모 대북 식량 원조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북한은 김정일 장례 이후 동요되는 민심을 수습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식량배급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하고 나서도 북한에 식량원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김정일 위원장마저 사망했고 그로 인한 불안정 정국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향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양국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