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폭로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인기 비결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검찰·국가정보원·경찰 등 국가권력기관이 주요 대상이다. 정치·경제·종교·언론 권력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중의 환호와 현실의 부조리함이 반비례하고 있다는 얘기다.
초일류기업 삼성전자도 꼼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초고화질 3D TV인 D6000 시리즈를 내놓았다. 경쟁사와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출시한 중저가형 모델이다.
문제는 이 모델이 3D 상황에서 해상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초고화질이라는 광고 문구가 무색할 정도다. 유럽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삼성전자는 잘못된 제품 홍보를 시인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를 기만한 보상으로 개인당 100~150유로를 되돌려줬다. 상위 모델인 D7000 시리즈로 교환해주기도 했다. 국내 고객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의 결함을 깨닫고 회사 측에 질의서를 보냈다.
광고 문구 상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공식 답변이다. 실제 삼성전자 측은 "상위 모델보다 해상도가 저하될 수 있다"며 "제품정보에 대해 키워드(Key Word)로 표현하고 있다. 일부 주관적인 해석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방안은 더 황당했다. "해석으로 오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표현해 올바르게 제품을 구매하시도록 안내하겠다"며 회사 웹사이트와 광고에서 초고화질 문구를 슬며시 삭제했다.
이쯤 되면 국내 고객은 '봉'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모델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불만보다는 삼성전자의 미온적 태도가 더욱 괘씸하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는 소통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삼성판 나꼼수'가 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홍보임원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이건회 회장의 의지가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