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 조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원순 시장이 종상향을 요구했던 가락시영 재건축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자 일부 시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12일 박 시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박 시장은 “가락시영은 주변이 큰 대로변에 접해있는데다 역세권이기 때문에 고밀개발이 가능한 지역이고 그런 의미에서 종상향이 이뤄졌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통할 수 있는 일관된 흐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뉴타운 정책에 대해서는 취임 전 강경했던 모습에 비해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은 "이미 이렇게 벌어진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내년 초에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한 번 정리를 하겠지만 개별적으로 지역마다 상황에 맞게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대변인실 관계자도 "내년에 발표될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이 일괄적으로 접는 등의 방식으로는 재검토되진 않을 것"이라며 "각각의 지역에 맞게 '맞춤형 뉴타운'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박 시장의 취임 전과 사뭇 다른 행보는 시민들간의 '갑론을박'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부동산 관련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은 “재개발·재건축 하지 말라고 박원순 시장 뽑았는데 배신감이 든다”며 “용적률 상향시켜 강남권 재건축 소유자에게 로또를 안기더라도 임대주택만 더 만들면 된다 이거 아니냐”고 반감을 표시했다.
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이라는 목표량을 지키기 위해 강남 재건축 주민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최근 “시 차원에서도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걸 원하기 때문에 이번 종상향은 서로 윈윈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다른 네티즌도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에는 불로소득이 한몫을 한다”며 “신임 시장이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불로소득층을 보호한다는 정책은 윈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개발·재건축 속도조절을 내세웠던 박 시장의 취임 이후 재건축이 위축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종상향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번 종상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서울시 해명에 동조하는 시각도 많다.
박 시장이 종상향을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전작업이 진행된 것은 시장 취임 전인데다 종상향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을 옹호하는 한 네티즌은 "박 시장은 서민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시장이지, 서민만 위해 있는 시장은 아니다"며 "강남권 주민도 시민인만큼 그들이 원하는 것도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