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6선의 이상득(경북 포항남ㆍ울릉) 의원이 11일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앞서 초선인 홍정욱(서울 노원병) 의원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득 의원은 당내 고령ㆍ다선 의원의 상징적 인물이고, 홍정욱 의원은 소장ㆍ쇄신 그룹에 속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이, 선수(選數), 계파 등과 관계없이 전방위에서 `자기희생‘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존립 위기에 처해 재창당론 등 논의가 무성하지만, 궁극적으로 `인적 쇄신’의 성공 여부가 총선 승패를 가를 요인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당의 최고령(76세)이자 큰 어른인 이상득 의원과 새내기인 홍정욱 의원의 이날 발표와 함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특히 이상득 의원의 이날 선언은 친박(친박근혜)계가 두루 포진해 있는 영남권 다선ㆍ고령 의원들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 의원이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불출마 배경을 밝혔고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운영의 전면에 서는 상황에서 `친박계의 자발적 용퇴론‘이 수면위에 떠오른 상황이라 영남권 다선ㆍ고령 의원들을 향한 `자기희생’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로 지목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친박,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희생하라는 것은 음해”라며 강력히 반발해 앞으로 `공천 물갈이‘ 공론화 과정에서 파열음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이 의원이 대통령의 친형이고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축을 이뤘다는 점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4선) 의원을 비롯한 친이 직계 핵심 의원들에게도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단절하기 위한 인적 쇄신 요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홍정욱 의원의 첫 기득권 내려놓기 선언은 수도권 쇄신ㆍ소장파 의원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이 지난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 이후 불출마를 고려한 만큼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 시 불출마‘를 함께 약속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의원 21명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일부 쇄신파 의원이 쇄신 국면에서 `탈당‘까지 언급했다는 점을 미뤄 연쇄 불출마의 불씨는 계속되고 있으며 여기에 “쇄신의 진정성을 위해 쇄신파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퍼질 수 있다.
한 쇄신파 의원은 “수도권에서는 불출마를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며 “자기 정치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쇄신파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 졌으며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홍 의원과 호흡을 맞춰온 구상찬 의원은 당사와 의원회관을 찾아 불출마 선언을 강하게 만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