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대화 상지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정치전문가들은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중립내각’을 구성해 남은 임기를 마무리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논란을 낳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일방적 국정운영을 멈추고 친서민 정책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나는 권력을 휘두른 적 없기 때문에 레임덕은 없다” 고 자신있게 말해왔다. 그러나 다른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도 없을 만큼 말기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했고,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한미 FTA 비준이 지연되고 있고, 한나라당내 온건파들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심각한 레임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대통령이 레임덕이 없다’는 의견은 청와대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아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나 당내 사정으로 볼때 레임덕 초기 현상이라고 본다”며 “전면적인 레임덕은 여당의 쇄신과정을 겪으며 차이는 있겠지만 내년 총선 이후에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대통령이 레임덕에 걸렸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렇다면 현정부는 이 과정에서 어떤 생존법이 있을까.
우선 거국적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정 교수는 “여당의 쇄신 요구 등이 거세질수록 당정관계는 무너져 갈 것”이라며 “이 경우 여당에만 의존해선 국정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립적 인사를 기용해 야당에도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또 “대통령이 여당에서 탈당을 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남은 임기 동안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중립내각을 구성해서 2차례의 큰 선거를 잘 관리하고 국민적 비판을 받는 정책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해 놓은 사업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독선적 국정운영과 정책기조의 변경도 요구했다.
신 교수는 “성장위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복지와 서민층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레임덕이 걸린 상황에선 대통령이 저항하지 말고 순응하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두루 기용해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고 과도한 정치적 지향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역대 정부를 봐도 차기 정부의 ‘킹메이커’를 자처해 성공한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며 “내년 대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