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소비자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국내 은행들의 창구 송금 수수료 및 자동화기기(ATM) 인출수수료 이익이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최하위수준’이라며 수수료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국내 시중은행과 일본, 미국, 영국을 대상으로 예금 관련 주요 수수료를 비교한 결과를 제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씨티은행과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 등은 시간대나 타행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 수수료가 ‘0원’이다.
주거래은행 창구를 이용한 계좌이체 시에도 국내 은행들이 최대 2000원을 받지만 해외은행들은 자기은행 지점 간 이체에는 '무료'를 적용하고 있다.
매년 가입액의 1% 가량을 떼는 펀드 판매보수액도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은행들은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비중(7.1%)이 해외 은행(40%)보다 낮다고 주장하나, 글로벌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대부분이 인수합병(M&A) 중개, 기업상장(IPO), 채권 발행 등 고부가가치 금융사업에 따른 것이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은행 수수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해명자료를 통해 "타행 창구를 이용할 경우 씨티은행이 25달러(약2만8000원), 바클레이즈 은행이 25파운드(약 4만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해 한국보다 높다"고 반박했다.
또한 펀드 판매보수의 경우 "판매수수료는 0.17%로서 미국(1.53%)보다 낮고 18개국 평균인 2.14%의 약 1/1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은행 수수료 구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은행들에 회사채, 주식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의 중개업무를 허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은행은 해당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 해외보다 투자은행업무(IB) 부문 수수료 수입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은행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국가라 수수료 대신 예대마진에 의존해 수익을 내는 탓에 오히려 수수료가 낮은 편”이라며 “미국에도 계좌유지 수수료나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 등 우리와 비슷한 수수료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소비자연맹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서민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지원된 공적자금은 총 160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이 점차 확대되면서 은행권이 수수료 합리화 방안이 제시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신용카드사들은 '바가지 수수료' 논란이 일자 서민 대상 업종이 대부분인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기존의 2%대에서 1.6~1.8%로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