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 내정자는 31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궁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의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앞서 주중 대사를 지낸 류 내정자는 대체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하면서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도발중지와 핵 포기, 개혁·개방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 대사 취임 후 가진 간담회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 재임 시 물밑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류 내정자가 ‘실세’인 점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면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류 내정자는 원칙만 강조하기보다 현실적 입장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 교체가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로 실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현 장관을 통일정책 특보에 내정한 점은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 내정자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편 현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 내정자는 ‘쇠고기 파동’ 여파로 취임 3개월여만인 지난 2008년 6월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나 1년 5개월 만에 주중 대사로 복귀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지난 5월 주중 대사에서 퇴임한 류 내정자는 이후 3개월 만에 대북정책 주무 부처인 통일부 수장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