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담합제재 파장… 석유시장 바뀌나

2011-05-3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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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간 주유소 확보경쟁 촉발… 기름값 인하 가능성 주목<br/>업계 “정유사간 경쟁 가능성 낮지만, 주유소 이전요구 확대될 수도”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정유사에 대한 담합제재가 국내 석유유통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이번 제재로 정유사간 주유소 확보경쟁이 벌어질 경우 기름값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유소시장의 수익성이 낮아 정유사가 주유소 확보경쟁에 뛰어들 만한 동기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6일 정유사의 원적지관리에 대한 담합 과징금이 매겨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제재로 정유사간 주유소 확보경쟁이 활발해질 경우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 인하로 최종 소비자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직영주유소 파는 마당에…”

하지만 업계는 이에 대해 정유사가 주유소 확보경쟁을 벌일 만한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주유소사업은 최근 수익성이 저조해지면서 오히려 정유사가 직영주유소를 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의 수익성이 저조해 직영주유소를 대부분 임대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정유사가 주유소 유치경쟁을 벌일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SK의 경우 직영주유소를 다수 팔려고 내놨는데 안 팔려서 애를 먹고 있는 처지”라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SK에너지의 직영주유소 수는 작년 1월 667개에서 올 3월 596개로 감소했다.


△“주유소 이전요구 활발하면…”

다만 주유소의 거래처 이전 요구가 활발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앞서 지적처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정유사가 먼저 나서 주유소 확보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작지만, 손실이 발생하면 싫어도 경쟁에 나서야만 하는 것이다. 간혹 주유소의 요구에 의해 대량 거래처를 잃게 된 정유사는 상대 정유사로부터 주유소를 뺏어와 손실을 보전하려 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정유사간‘폴(간판) 전쟁’이 심할 때는 정유사 영업사원들이 주유소 현장에서 자사 간판을 걸기 위해 몸싸움을 벌일 정도였다”며 “한때는 SK가 대형 거래처를 잃어 점유율이 2%가 떨어지면서 SK영업사원들이 서울에 총 집합한 해프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도 정유사는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에 대해서는 자사 계열로 끌어들이려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며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들이 거래처 이전을 활발히 요구할 경우 득과 실이 생기는 정유사간 마찰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주유소는 지역 상권에 따라 정유사 브랜드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주유소들이 거래처 이전이 쉬워지면, 단골손님이 많은 도심지역에서는 브랜드가치가 높은 SK에너지로, 뜨내기 손님이 많은 외각도로변에서는 가격이 위주이기 때문에 공급가격이 싼 편인 현대오일뱅크 등으로 거래처를 바꾸려 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거래처 바꾸고 싶긴 한데…”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정유사간 담합이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이번 공정위 담합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유사는 그간 주유소의 거래처 이전 요구를 거부하는 게 어려우면 정유사간 주유소 맞트레이드를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해왔다.

정작 주유소도 거래처 이전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폴(간판)을 바꾸고 싶어도 정유사가 안 받아주면 할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안 받아주는 이유가 불분명해도 일개 개인 주유소가 이를 항의하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A정유사 계열 주유소가 B정유사로 바꾸고 싶다고 요청해도 사적계약이니까 B정유사가 받아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담합제재로 정유사가 주유소의 거래처 이전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향후 주유소의 거래처 이전이 활발해지면서 정유사간 점유율에 변동이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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