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등 재해로 가옥이 부서져 고립될 경우 방재전문가들은 생사를 가르는 선을 '재해 발생으로부터 72시간'으로 잡고 있지만, 이를 훌쩍 넘긴 사례도 적지 않다.
72시간을 넘기면 구조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고는 해도 그 확률이 완전히 ‘0'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아이티 대지진 당시에서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건물 잔해 속에서 17세 소녀가 15일 만에 구조됐다.
다를린 에티엔이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프랑스팀에 의해 구조됐을 당시 왼쪽 다리가 부러진 채 심각한 탈수상태였고, 혈압과 맥박도 약했지만 의식은 있었다.
31세 한 남성은 13일 만에 역시 포르토프랭스 시내의 한 상점 폐허 속에서 구조되기도 했는데 이 남성은 다리가 부러지고 심한 탈수 상태였다.
1995년 6월29일에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에는 최명석(36)씨가 11일, 유지환(34)씨가 13일, 박승현(35)씨가 17일간 갇혀 있다가 구출됐다.
1995년 1월17일 일본 한신대지진 때 붕괴 현장에서 구조된 이들을 살펴보면 지진 발생 후 24시간까지는 80%, 72시간까지는 21%, 96시간까지는 5%였다.
관건은 물이나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는지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가만히 있더라도 수분은 땀이나 소변 등으로 빠져나가며, 수분을 보충하지 못하면 경련이나 장기부전 등 탈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갇힌 공간의 크기도 중요하다고 한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공간에서 추위에 직면할 경우 저체온증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차는 있지만, 물이나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채 체력을 소모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