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KDI 비화-2]“김만제 원장 잘하고 있으니 부총리 추천 하지마”

2011-03-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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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사재 100만원과 USAID/K 차관으로 KDI 설립

(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설계하는 KDI(원장 현오석)는 3월 10일 서울 홍릉 본원 대회의실에서 개원 4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만제 초대 KDI 원장,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조순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국내 경제학자들이 다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아주경제는 많은 축사와 치사 등이 나온 가운데 특히 큰 호응을 받은 김정렴 전 박정희 대통령 비서실장의 기념연설을 4회에 나누어 싣는다.

(2회) KDI의 설립과 초기 연구 업적

5개년계획 작성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경제연구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느낀 당시 경제기획원 기획국장 이희일 씨가 김학렬 차관의 동의를 얻어 미국대외원조기관(USOM)이 사용하는 대충자금의 잉여금과 미국 원조당국 (USAID/K)차관을 얻어 KDI설립안을 작성하고, 이후 부총리가 된 김학렬 씨가 박정희 대통령에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KDI를 설립하되 경제기획원 산하 연구소가 아니라, 필요 자금은 정부가 지원하지만, 인사, 자금운용, 사업계획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조직할 것을 지시하고, 설립기금으로 사재 100만원을 출연했는데, 이는 KIST 설립과정과 같은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홍릉 KDI 본관 건물 공사 기간 중 두 번이나 현장을 시찰할 만큼 관심과 애정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해외에서 열한명의 선임연구원들이 귀국하자 KDI를 몇 차례 방문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향후 KDI는 우선 실증연구를 통해 한국의 현황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발견되는 문제점에 대한 향후 대책을 세울 것이며, 궁극적으로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전반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의 정책 결정에 있어 과학적인 분석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토론에만 의존한 측면이 있어 허전했는데, KDI가 생겨 이제 마음 든든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생존 시 KDI는 방위세 신설, 1974년 제1차 석유위기 대책인 1.14 대통령 긴급조치, 사회보장연금법 등의 중요한 정책 제안을 상신했다.

박 대통령은 준공식날 원장 이하 연구원들을 신라호텔 영빈관에 초대해 축하연을 열어주며 격려했는데 밴드를 불러 젊은 연구원들이 여흥을 즐기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본인이 대통령비서실장 재직 시절, 개각 때 마다 내무, 법무, 국방, 무임소장관을 제외한 부처의 장관을 복수 추천하라는 지시에 김만제 원장을 경제기획원 부총리, 재무부장관 후보로 두 차례 추천했으나, 박 대통령은 “KDI는 경제기획원 못지않게 중요한 기관이고, 김만제 원장이 잘 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추천대상에서 빼라”라고 지시한 후 서거 때까지 바꾸지 않았다.

<김정렴 前 대통령비서실장>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정렴 前 대통령비서실장은 44년 한국은행의 전신인 조선은행에 입행한 후 주일대사를 사임한 80년까지 약 2년간의 공백을 빼고는 24년에 걸쳐 대한민국 중앙은행과 행정부에서 공직을 역임했다. 재무부, 상공부 장관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정렴 前 대통령비서실장은 경제개발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한국경제 발전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다. 9년 3개월의 재임기간으로 역대 최장수 대통령비서실장의 기록을 세운 김정렴 前 비서실장은 주일대사직을 마지막으로 말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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