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본계약 체결 한 달 후인 내달 중순까지는 4조9601억원을 완납, 소유권 이양을 서두르고 있다. 본계약에 따르면 6월 초까지만 대금을 완납하면 된다.
최대 관심사는 CEO 교체 여부다. 본계약 체결이 곧 인수 완료라는 현재 인수합병(M&A) 관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사권 행사가 이달 중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그룹 차원에서의 부회장 파견 가능성과 김중겸 현 현대건설 사장의 유임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제철에 이어 ‘빅5’에 드는 만큼 부회장급이 새 CEO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먼저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12명을 보면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9명의 부회장단은 그룹 및 현대.기아차 내에서 역할이 뚜렷하기 때문에 파견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박승하(현대제철), 정석수(현대모비스), 김창희(현대엠코) 등 계열사 부회장의 이동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그 밖에 사장단 중에서 승진 후 새 CEO로 파견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없다.
이에 반해 김중겸 현 사장의 유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비 건설출신의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 당분간 김 사장을 유임시킨 후 인사·재무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임원으로 발령한 후 시기를 봐 CEO를 교체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한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의 '텃밭'인 리비아 등 중동에서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어려운 국내 여건 속에서 갑작스러운 CEO 교체는 현대건설에게 손해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례상 사람 관계의 지속, 즉 CEO 유임이 회사 측에 유리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약 1년 가량 남아있는데다 임기 중 해외수주 100억 달러 돌파 등 뚜렷한 실적을 남겼다는 점도 그의 유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언제 어떤 식으로 인사가 날 지 알 수 없다”며 “당사자 및 최고 임원진을 제외한다면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그룹 내에서 임원진을 대상으로 현대건설 파견 희망자 접수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인수 대상인 현대건설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태석 홍보팀 부장은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은) 우리 쪽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연말 정기 인사에서 고문으로 물러선 일부 부회장을 제외한 사장단 인사를 보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 완료 후 현대건설을 포함한 전체 그룹의 고위급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