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위축됐던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는 크게 늘었고, 글로벌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가 공급측면에서 상승압력을 받고 있고, 민간의 소비·투자 심리가 저하하고 있는 점은 올해 경제 성장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한국경제, 투자·소비·수출 ‘3박자’ 맞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견조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소비와 수출이 살아났고, 그에 따라 투자도 다시 활발해졌다.
지난 2009~2010년에 걸쳐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7.0%포인트로 급반등했다.
지난 2009년 경기가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4.1% 늘며 지난 2007년 5.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아졌고, 설비투자도 24.5% 급등했다. 수출 역시 14.1% 증가하며 예년 수준을 웃돌았다.
재고가 2.4% 늘긴 했지만 이는 일부 업종에서 나타난 ‘의도되지 않은 재고’로 이 같은 현상이 아직 경제전반에 퍼지지 않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반면 정부소비는 3.4%로 크게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제조업은 14.6%나 뛰었고, 서비스업도 3.5%의 안정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농림어업은 4.9% 하락했고,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건설업은 0.7% 떨어졌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년대비 성장률 자체는 낮지 않지만 전체 성장 추세로 본다면 3% 수준”이라며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2009년에 추진한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 위축되는 경제심리… 성장동력 ‘얼어붙나’
한국 경제가 올 곧은 성장을 했다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물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민간 주체들의 심리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기대비 성장률을 놓고 보면 성장폭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1%였던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2분기 1.4%로 떨어진 뒤 3분기 0.7%, 4분기 0.5%로 하향 추세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영택 한은 국민계정실장은 “분기별 성장률이 조금씩 낮아졌지만,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올해 들어서는 다시 전기 대비 성장률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며 “분기별로 수치가 들쑥날쑥할 수는 있지만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고, 민간주체들의 소비심리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1월 중 소비자들의 물가수준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53으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급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연평균 3.7%로 전월에 비해 0.4%포인트 오르며 지난 2009년 7월의 3.8%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농수산물과 원유 등 원자재의 공급측면에서 비롯된 물가불안이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앞으로 소비는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1월 CSI는 108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하락했고, 현재생활형편 CSI와 현재경기판단 CSI는 90, 88로 각각 3포인트, 7포인트 내렸다.
더구나 앞으로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 민간부문의 심리 하락이 경기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농림업과 건설업의 회복도 요원한 실정이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낮은 편”이라며 “올해 분기 시작점에서 전기대비 성장률이 높아야 전반적인 성장을 예상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5%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