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석 <부동산부 기자> |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집주인과 나눠봤음직한 대화내용이다. 방값을 올려달라는 주인과 사정을 좀 봐달라는 세입자 간의 작은 실랑이다. 최근 수도권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수도권에서는 가끔 주인과 세입자 간의 관계가 뒤바뀌는 '역전세난'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세입자들의 '내집 없는 설움'이 극에 달하는 전세난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정도가 좀 심해서 서울시 강남권의 경우, 2년만에 전세금이 2억원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크게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체감 온도 영하 20도를 왔다갔다하는 혹한에 새집을 찾아 거리로 나서야 한다.
물론 이사를 가야하는 새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는 도심에서 멀거나, 아니면 면적이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전세 난민'이라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전세시장을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세난은 매년 되풀이되는 현상이고, 올해라고 특별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전세 대책'도 이런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과 올해 1분기 입주 예정인 아파트 단지의 세부 명단을 공개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의 전부다.
정부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 서울시 광진구, 성동구, 관악구 등 전세수요가 많은 지역은 전세가격이 한 주만에 평균 2%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봄 이사철이 오기도 전에 전세난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요즘 전세물건 구하기는 정말 '전쟁'이라 할 만큼, 치열하고 어렵다. 이를 피해 떠돌 수 밖에 없는 '전세 난민'을 위한 대책 마련은 정말 시급하다. 정부가 성의 있고 확실한 전세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