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김영옥 여성청소년계장 |
주인공은 제주경찰청 김영옥(46) 여성청소년계장. 그는 순경에서 경위 승진시험까지 내리 ‘수석’을 거머쥐며 일찍이 제주 여경의 선두주자로 꼽혔다.
순경 출신 여경의 한계였을까.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경찰대생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경감 승진시험에선 2차례 고배를 마신 것. 경감에 합격한 뒤 다음 관문인 경정시험에선 3번이나 밀리는 아픔도 겪었다. 시험만 쳤다하면 1등만 하던 그가 5번이나 떨어져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변두리 농촌마을서 9남매 중 일곱째로 자란 억척 근성이 발휘된다. 경찰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경정 정기승진시험 명단에 그는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퇴근 후 곧장 독서실로 발걸음을 돌리며 ‘출근도장’을 찍었던 결과였다.
그는 “딸이 고입 수험생이라 한 집에 살면서도 아침식사시간을 빼면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며 “틈틈이 휴대전화를 통해 챙길 수밖에 없었다”고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루 4시간으로 잠을 줄이고 중고등학생들과 독서실을 다니던 일은 그에겐 추억이 됐다.
김 계장은 “아줌마가 자기들과 함께 독서실서 공부하니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번갈아 가며 무슨 공부하나 보고 가더니 나중엔 내 직업까지 알아냈다”고 독서실에서 겪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곳에선 여고생 경쟁자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나를 상대로 자리에 오래 버티기 경쟁도 시도했다”며 “나보다 1분이라도 더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흐뭇
했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 출신인 김 계장은 신성여고와 제주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1988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제주시 산지파출소장(경위), 중앙·연동 지구대장, 동부경찰서 생활안전계장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을 맡고 있다.
경찰직 수행과 공부를 병행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이해가 중요한 힘이 었다고 승진 숨은 공을 가족들에게 돌렸다. 그는 “그동안 내가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배려해준 아이들과 남편이 고맙다”며 “요새는 여경 인재들이 많지만 결혼만 하면 가사일에 지쳐 승진을 포기해 버린다”고 소개했다.
김 계장은 “지금 맡고 있는 여성청소년 업무도 단순히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전문성을 갖춘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40대 중반에 불과한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언제쯤 총경으로 승진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경찰 역사상 여성 총경은 아직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을 향한 그의 도전은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