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이대로는 안된다(1)>전력난, 근본원인을 찾아라

2011-01-2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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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다소비 생활패턴·비효율적 요금 체계부터 바꿔라<br/>정부, 공공기관 피크시간 난방 사용중단 등 비상대책 마련<br/>원자력 발전소 건설 위한 지역주민 님비 현상도 해결해야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안정적인 정력 공급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기업의 공장가동 중단을 검토해야 할 만큼 심각한 전력난에 빠졌다.

전력수요가 최대를 기록했을 때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비율인 예비율은 지난 2005년 11.3%, 2006년 10.5%, 2009년 7.9%, 2010년 6.2%로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무기한으로 전력 피크시간대(오전 11시-낮 12시, 오후 5시-6시)에는 모든 공공기관의 난방기 사용을 중단케 하고 24일부터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실내온도를 영상 20도 이하로 제한하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했으나 근본적인 공급확충이 절박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의 전력난이 전력 공급의 구조적 문제와 에너지 다소비 체제로 바뀐 국민 생활, 비효율적인 전력요금 체계 등 총체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근본원인 파악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끼' 전력 소비, '거북이' 전력 생산
 
우리나라 전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생산 능력 증가 속도보다 소비의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다.
 
1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 1980년 5457MW에서 1990년 1만7252MW, 2000년 4만1007MW, 2009년 6만6797MW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발전설비용량은 9391MW에서 2만1021MW, 4만8451MW, 7만3470MW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설비예비율은 72.1%에서 21.8%, 16.8%, 9.8%로 급감했다.
 
정부는 2012년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7만4414MW에 이르고 발전설비용량은 7만9839MW를 기록해 설비예비율이 7.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발전설비용량을 11만2294MW로 늘려 설비예비율을 18.2%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하는 데 주력해 원자력 발전량을 2009년 14만1123GWh에서 2024년 29만5399GWh로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4.79%에서 48.5%로 늘어난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용. 2014년 9월 완공될 예정인 신고리원자력 발전소 3~4호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공사비는 6조480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다 원자력 발전에 따른 산업폐기물인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지난 2003년~2004년 전북 부안군에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는 것이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처럼 님비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기 요금이 너무 낮아 구조적으로 전력 소비를 부추기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명목전기요금은 지난 1980년 50.9원/KWh에서, 1990년 52.9원/KWh, 2000년 74.7원/KWh, 2009년 83.6원/KWh으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발전원료 수입에 의존
 
원료의 거의 전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식경제부 산하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은 40만5692GWh이다.
 
이를 원료원별로 분류해 보면 원자력이 14만1123GWh(34.79%), 수입 석탄 17만8839GWh(44.08%), LNG 5만7555GWh(14.19%), 유류 1만2869GWh(3.17%)이다. 전체 전력 생산의 96% 이상을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발전량은 국내탄 7298GWh(1.80%), 양수 2814GWh(0.69%), 신재생 5193GWh(1.28%)에 불과하다.
 
전력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원자력이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는 것은 적은 량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역시 원료인 우라늄은 전부 수입한다”며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의 거의 100%를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정부는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을 받지만 원가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수입 원료 의존도가 지금보다 낮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전체 발전량을 60만8591GWh로 늘리고 이 중 5만4467GWh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러면 전체 발전량 중 8.9%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정부 계획이 실현된다 해도 2024년에도 원자력은 29만5399GWh(48.5%), 석탄 18만8411GWh(31%), LNG 5만9201GWh(9.7%), 유류 2912GWh(0.5%)를 차지해 전체 발전량 중 거의 90%를 수입 원료에 의존하게 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북유럽은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등 바람의 질이 좋아 풍력 발전을 하기 좋지만 우리나라는 바람의 방향이 일정치 못하는 등의 이유로 풍력 발전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조력 발전도 서해안 빼고는 불가능하고 조수 간만의 차도 조력 발전을 할 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중심 전력확보 '글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전력 수급의 절박한 상황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발전사업자의 총발전량에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할당량을 부과하고 이를 이행토록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의무비율은 2012년 2.0%에서 2022년 10%로 늘어난다.
 
또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의해 공급한 전기의 거래가격이 지식경제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전기를 공급한 발전사업자에게 기준가격과 거래가격의 차액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전력 확보 대책이 친환경적이고 중장기적 대안으로는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전력 수급 공백을 불러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늘리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발전방식보다 훨씬 많은 투자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비용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늘리는 데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12월 완공될 예정인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에 위치한 인천복합 화력발전소는 발전설비용량이 450MW이고 공사비는 2593억3800만원이다.
 
2011년 6월 완공될 예정인 경기도 안산시 대부북동에 위치한 조력발전소는 발전설비용량은 254MW로 인천복합 화력발전소보다 200MW 가까이 적지만 공사비는 3363억원으로 770억원 정도 많이 든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화력 발전보다 투자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이익을 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민간 자본이 참여를 꺼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산단가를 정하는 데 있어 이런 막대한 투자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현행 전력시장 가격결정 구조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민간 자본이 참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정산단가를 정하는 데 투자비용을 반영하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강화된다는 데에 정부의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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