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은 정부의 이례적인 초단기 매각방식에 따라 저축은행 인수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막상 인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주에 삼화저축은행의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후 예비입찰 대상자를 선정해 자산실사 기회를 주고 2월 중순까지 최종 인수자를 선정한다.
이는 종전과 달리 가교저축은행 없이 인수자가 직접 저축은행을 설립해 우량 자산과 부채만 떠안는 자산·부채 이전(P&A)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보는 총자산 6000억원 규모의 예나래저축은행(전 전일상호저축은행) 매각 절차도 진행 중으로, 오는 25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고 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 사이 인수움직임을 보이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저축은행의 인수작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저축은행의 잠재부실과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이라고 일단 금융당국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통째로 인수합병하는 것보다는 우량 자산만 떠안는 P&A 방식이 인수자에게는 긍정적인 편”이라며 “삼화저축은행 인수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매각 조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연초에 어느 정도 자산 규모가 되는 저축은행 2곳 이상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금융당국과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맺은 61개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가 1조원 이상인 업체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추려왔다. 삼화저축은행의 작년 6월 말 기준 총자산은 1조4000억원으로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는 당장 외환은행 인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수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는 우리도 오랫동안 지켜본 사안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만 정부가 어떻게 방향을 정하고 추진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자사주 매각 등으로 여유가 생기는 내년에나 서민금융업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명령이 잇따르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저축은행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더 많은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 금융지주사들이 인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