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유가가 오르는 것은 국제유가 상승이 가장 주된 원인이지만 국내유가에 포함된 정제·유통 마진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석유제품이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연산품인 만큼 정확한 원가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 이같은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국제 석유제품가격과 연동해 국내 공급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환율과 시차 등 복잡한 문제에 얽혀 일반 소비자는 물론 전문가도 연관성을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항상 논란이 돼 왔던 것이 국내유가의 비대칭성이다. 국내유가가 국제유가가 오를 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천천히 내리면서 정유사가 그만큼의 시세차익을 챙긴다는 것.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단기간의 분석보다는 장기간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기간의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국제 석유제품과 국내 제품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국제유가 반영폭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단기간 가격을 분석하면 그 비교시점에 따라 인상폭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며 “1개월보다는 3~4개월 정도의 추이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 감시단이 자체 분석한 조사결과에서도 작년 11월에는 국제휘발유가격 인상폭이 리터당 32.4원으로, 당시 국내 세전 공급가격 인상폭(25.7원)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단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폭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유가의 원가가 공개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그러나 정유사는 영업비밀을 공개할 수 없는 만큼 유가가 오를 때마다 이러한 소비자와의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국내유가 책정의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정유사의 공급가격 공개주기를 좁혀왔다. 기존 1개월 단위에서 현재는 주간단위로 정유사의 평균 공급가격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공개도 일일단위 혹은 실시간으로 조정되지 않는 한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결국 폭리 논란을 해소할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유업계는 기름값이 오르면 유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통상 국제가격이 오르면 정제마진 등 수익측면이 개선되는 정유사는 기름값 상승에 시달리는 소비자를 고려해 표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