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어 각종 논란이 제기된데 대해 그 진상이야 어떻든 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35년간 심청사달(心淸事達)이라는 좌우명을 가슴에 품고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주어진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원칙과 정도를 따라 살아왔습니다.
저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면서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였고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일체 삼가며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또한 항상 검소한 자세로 아끼고 저축하면서 살아왔고, 현재 살고 있는 집 외에는 평생 땅 한평 소유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저의 경력과 재산 문제 뿐만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되어 왔습니다.
평생 정치에 곁눈질하지 않고 살아온 제가 검찰에서 정치적으로 특정 대선후보에게 도움을 준 것처럼 왜곡하거나 민정수석 재직시 전혀 관여한 바 없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련된 것처럼 허위주장을 일삼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데 대해서는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재산 문제와 관련하여 근거 없는 의혹을 만들어 제기하거나 집이 없어 전세를 살던 시절 전세기간 만료로 여러 차례 이사한 사실조차도 투기 의혹으로 몰아가는 것을 보고는 집이 없어 이사를 많이 했던 것까지 흠이 되는 현실에 비애를 느꼈습니다.
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제가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학위를 취득한 부분까지 문제 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제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당장 할말은 많았지만 공직후보자는 청문회라는 공론의 장을 통해 답변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기에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 여러분께 소상하고 진솔하게 설명하고 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드리면 충분히 납득하시리라고 믿고 기다려왔습니다.
물론 감사원의 독립성 및 중립성과 관련해 민정수석을 지낸 저의 경력을 이유로 우려하는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평생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직분에만 충실하였던 저로서는 충분히 국민 여러분께 납득시켜 드릴 수가 있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당까지도 청문회를 통한 진상 확인의 과정도 거치지 아니한 채 불문곡직하고 저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아무리 중죄인이라도 말은 들어보는 것이 도리이고 이치임에도 대통령께서 지명한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법이 예정하고 있는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박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청문 절차를 정치행위로 봉쇄한 일련의 과정은 살아있는 법을 정치로 폐지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커다란 오점이 될 것입니다.
저는 단 한분의 청문위원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하여 제 진정성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 한사람으로 인하여 대통령께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이제 감사원장 후보자직을 사퇴하고 평생 소홀히 해 왔던 가족의 품으로 자연인이 되어 돌아가려 합니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변호사직을 버리고 민정수석으로 가도록 이해해주고 민정수석을 마친 뒤에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국가에 봉사하려는 저를 믿고 따라준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제는 봉사하려고 합니다.
저는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하얗고 까마귀는 날마다 먹칠하지 않아도 새까맣다”는 성현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 자리를 떠납니다.
국민 여러분의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그동안 부족한 저를 믿고 도와준 감사원 직원 여러분과 저를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감사와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1.1.12
감사원장 후보자 정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