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신금융협회가 발간한 ‘분쟁조정 사례집‘에는 만취 상태란 이유로 카드를 도난당하고도 사고방지 조치를 늦게 하는 바람에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실려 관심을 끌었다.
A씨는 2006년 7월4일 밤 11시경 회식 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만취 상태로 택시를 타고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집으로 귀가하던 중 잠이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잠에서 깨어보니 신원을 알 수 없는 B씨가 카드 비밀번호를 대라고 협박해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이후 B씨는 생소한 곳에 A씨를 내려주고 달아났다.
그런데 5일 새벽 1시17분~2시56분 사이 성수동, 중곡동, 상봉동, 이태원동 등 서울 전역에서 총 24차례에 걸쳐 현금 513만1200원이 부정인출된 것.
A씨는 술에 취해 5일 아침 7시41분에서야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고 6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사고신고도 했다. 그러나 카드 부정사용자는 결국 잡히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카드사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상태에서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만취 상태에서 정신이 혼미해 도난신고를 늦게 했다는 것을 근거로 카드사가 사고금액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카드사가 거부하자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카드를 도난당하면서 비밀번호를 함께 알려줬다면 카드 소유자가 택시에서 하차한 직후 도난신고 등 사고방지 조치를 해야 했다”며 카드사가 사고금액을 보상할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신청인이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도난신고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거나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달리 신청인이 도난신고 지연에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그러나 “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돼 누군가 부정 사용한 경우 회원이 스스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며 “사건에 따라 고의·과실 여부를 조사해 보상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