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는 음료는 물론 주류 반입이 관례적으로 금지되지만 최근에는 객석에 앉아 맥주나 무알코올 칵테일을 마시며 관람하는 연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두 형제의 땀냄새나는 육탄전을 실감나게 그려낸 연극 '트루 웨스트'는 지난달 23일부터 입장 전 관객 전원에게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극중 주인공인 터프가이 '리'가 무대에서 맥주를 들이키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관객에게도 실감나는 '맛'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 '음주 관람'을 전격 도입했다.
관객 10명 가운데 8명 꼴로 맥주를 받아갈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고 제작사인 악어컴퍼니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2일 "원래 극장 안에는 술은커녕 음료도 관례적으로 반입을 금지하지만 극장 업주와 협의해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면서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관객이 많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객석에서 공연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맥주를 즐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맥주는 관객이 원하는 만큼 무한 리필해주지만 하우스매니저 등이 공연장을 돌며 과음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관객이 없도록 객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맥주는 공연이 막을 내리는 2월 27일까지 계속 제공될 예정이다.
지난 13일 개막한 연극 '씨어터 바 꿈꾸다'에서는 공연 시작 전 관객이 객석에 앉으면 배우들이 다가가 음료 주문을 받는다.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바(bar)를 배경으로 한 연극이라는 점에 착안해 관객이 공연을 보면서 실제로 맥주나 무알코올 칵테일, 커피 등을 마실 수 있도록 한 것.
한 제작진은 "관객이 술잔을 들고 공연을 보면 진짜 바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면서 "음료는 한잔 정도만 제공되는 만큼 공연 진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연에서는 여전히 주류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뉴욕 소호 거리의 술집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엣지스'는 공연 시작 전 로비에 칵테일 30~40잔을 마련해 놓고 관객에게 무료 제공하지만 극장 반입은 불가능하다.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 시작 전 칵테일이 이미 동나버리기 때문에 술을 들고 들어가는 관객은 없다"면서 "뉴욕의 바에 찾아왔다는 분위기를 내려는 것이지 실제로 음주를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