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靑島) 주재 총영사관의 유재한 총영사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따라 R&D(연구 개발)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생산체제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총영사는 크리스마스이자 주말인 25, 26일에도 인근 옌타이(烟臺) 롯데마트 개점식에 참석하고 산둥성(山東省) 정부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는 산둥성 정부와 산하 시 정부에서 주관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 한국 총영사를 단골 손님으로 초대한다고 했다. 산둥성 경제에 여전히 한국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 총영사는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중국 내수시장에서 중국기업과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토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한국기업들이 13억 중국 소비자를 넘어 15억 화교권을 상대로 세계 최고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는 각오로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차이나리그나 아시아리그가 아닌 월드리그라는 분석이다.
다음은 유 총영사와의 일문일답.
- 산둥성은 우리 기업들에게는 중국 제조업 시장에 진출하는 최초의 전진기지였다. 현지 투자환경도 한중수교(1992년 8월 24일) 이후 18년 동안 많이 변했다. 제조공장 외에 앞으로 진출유망분야는?
△중국은 내수진작과 소득증대를 기반으로 13억의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바뀌었다. 말하자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단순 임가공보다는 내수시장 공략을 제1의 목표를 두어야 한다.
다행히 이에 발맞추어 기술과 자본을 겸비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산둥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롯데그룹을 필두로 유통업 진출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삼성생명과 4대 은행 등 금융업 상륙이 추진되는 점 또한 바람직스런 현상이다.
- 최근 산둥성 정부가 한국기업 진출을 적극 권장하는 분야는?
△당연히 환경관련 산업이다. 다음으로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가진 한국기업들을 환영하고 있다. 이 분야에 기술력이 있는 우리기업들이 진출하면 신시장 개척이 쉬울 것이다. 주요 분야는 풍력발전, 태양에너지, 바이오, 지열자원,조력과 수력 발전, LED조명, 신에너지 자동차이다.
- 산동성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추진할 제12차 5개년 계획기간의 정책방향을 확정 지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과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은?
△한마디로 환경보호라는 대전제하에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책의 양축이 ‘남색경제(藍色經濟 : Blue Economy)’구역과 ‘황허(黃河) 삼각주 고효율 생태구역 건설’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분야에 우리 기업 진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계획 초기단계라 한국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남색경제구역 정책이란?
△산둥성 연해를 중심으로 발달해온 전통의 해양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해양경제와 내륙경제를 연계하는 첨단산업지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8대 육성산업은 해양 생물양식과 어업,해양관련 제조장비, 해양에너지 광산, 교통물류, 문화관광, 해양엔지니어링, 해양생태환경이다.<지도 참조>
- 황허 삼각주 고효율 생태구역 개발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그 정책의 배경은?
△중국정부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고도압축성장을 이끌어왔던 창장(長江) 삼각주와 주장(朱江) 삼각주가 낮은 에너지 효율과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을 감안, 마지막 남은 대하(大河) 삼각주인 황허 삼각주 권역을 고효율 생태구역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총면적은 2만6500㎢로 산둥성 전체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국가적으로는 발해만 북쪽의 천진 빈하이(滨海) 신구와 연계하여 환 보하이(渤海) 남쪽에 경제클러스터를 건설하는 것이다. 4대 거점도시는 둥잉(東營), 빈저우(滨州), 웨이팡(潍坊), 라이저우(萊州) 이다.
- 산동성에 진출하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에게 조언할 얘기가 있다면?
△중국은 법과 제도, 문화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흔히들 중국이 한국과 유사한 동양국가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점이 너무나 많은 것에 유의 해야한다. 먼저 법제도를 이해하고 철저한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고문변호사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사회적 공헌활동을 강화해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나가야만 중국에서 ‘인정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산둥성 정부 지도자들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하면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 중국의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한국기업이나 교민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왔다고들 하는데?
△중국지도자들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 다만 과거와 달리 중국법률이 완비돼 법치행정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임가공 형태의 중소기업보다는 정보통신과 환경오염, 에너지산업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칭다오와 옌타이, 웨이하이 등지는 우리 교민과 기업이 밀접해 있는 지역이다. 해외 교민 현지 참정권 개시를 앞두고 교포사회에 부작용은 없는지?
△△재외국민투표와 관련, 교민사회의 특이사항은 없다. 예컨대 분열과 마찰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영사관은 2012년 첫 실시하는 재외국민투표 제도 자체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외교관들중에서도 대표적인 중국통인 유 총영사는 중국은 북경과 상해, 산동을 비롯 15개 정도의 특색 있는 국가적 내수시장을 갖춘 글로벌 소비시장 연합체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른바 월드리그에 다름 아니라는 얘기다. 유 총영사는 한중관계에 있어 군사-외교적으로 다소간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제와 문화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갈등 요소를 줄여나가는 지혜가 긴요하다고 밝혔다.
칭다오=강소영 기자 haojiz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