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즐비했던 KBS 2TV '도망자'에서 유일하게 '새 얼굴'로 주목받은 이가 있다.
바로 유리엘(본명 김수현.25)이다. 극중 카이(다니엘 헤니 분)의 비서 소피 역을 맡은 그는 유창한 영어실력, 늘씬한 몸매, 신선한 마스크로 시선을 끌었다.
177㎝의 미인인 그는 이화여대 국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5년 한중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이미 5년 전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가능성 많은 샛별이었다.
그는 1위 입상과 함께 2006년 SBS TV 드라마 '게임의 여왕'에 주조연으로 캐스팅돼 이보영, 주진모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연예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4년 만에 '도망자'로 컴백했다.
"그사이 학교를 졸업했고 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고 왜 하고 싶어하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는 "모델 대회 1위 이후 모든 것이 너무 빨리빨리 진행돼 겁이 났다. 갑자기 좋은 기회가 쏟아졌다"며 "돌이켜보면 그때 잠시 멈췄던 게 내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5살 때 미국 뉴저지로 이민가 6년을 살다 돌아온 그는 이대에 입학한 후 막연히 미디어분야 쪽으로 진출할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학교 영자신문에서 3년간 일했고 여기저기 인턴도 하면서 기자나 아나운서를 꿈꿨어요. 그런데 실전에 부딪히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미디어 외에 노래, 영화 등 관심 가는 분야가 많았는데 슈퍼모델선발대회도 그런 차원에서 마지막 날 지원했어요. 사실 키가 크니까 모델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재미있을까' 싶었어요. 끝까지 고민하다 상을 떠나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제가 가진 탤런트를 최대한 살려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타고난 매력과 재능 외에 운도 많이 따르는 아가씨라는 느낌이 들었다.
"운도 좋았죠. 하지만 대회 출전을 앞두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웃음) 그렇게 얼결에 데뷔했는데 곧바로 '게임의 여왕'에 출연하게 됐어요. 연기자를 꿈꾼 적이 없었는데 해보니까 모델보다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그 데뷔작을 끝으로 4년간 잠수했다.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기초공사를 할 필요가 있었어요.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요. 연기를 아예 안 할 생각도 했기 때문에 3년여간 고민하는 데 조급하지는 않았어요. 어떤 일이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컴백한 그에게 운은 또다시 따랐다. 소피 역을 통해 영어실력을 살린 데다, 동경하던 헤니와 호흡을 맞춘 것이다.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한 후 '같이 연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제가 '다니엘 헤니'라고 답했어요. 그런데 복귀작에서 진짜 헤니와 호흡을 맞췄으니 너무 좋았죠. 게다가 비서라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역할이었잖아요.(웃음) 또 한국 드라마에서 상대배우와 영어로 대사를 주고받을 기회가 별로 없을 텐데 이번에 그 점도 참 좋았습니다. 제가 긴장하면 헤니가 장난을 많이 치며 긴장을 풀어줬어요."
그는 "이제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섰고, 사람들에게 연기로 인정받고 싶다"며 "빨리 가자는 생각은 없다. 대신 열심히, 충실히 하고 싶다"고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