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소속인 김용태 의원은 앞서 지난달 29일 외환은행과 현대그룹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정부와 국회 차원의 엄정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성명을 내고 MOU 체결을 서두른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에 대한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법적 하자 소지가 있는데도 채권단이 본계약을 추진한다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정책금융공사와 외환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지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국민의 기업이고, 주요 채권단 역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국회가 개입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앞선 13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 ‘공적자금 투입기업 매각의 개선방안’(정도영 박사)이라는 리포트를 낸 바 있다.
이어 “현대그룹은 오늘이 시한인 대출계약서 제출에 응해 의혹을 해소해야 하며, 만일 제출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양해각서(MOU)를 파기해야 한다”며 “채권단이 다시 시간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MOU가 파기되면 채권단은 다른 매각 대상자를 물색해야 한다”며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이 될 수도 있고, 전체 매각 과정을 새롭게 할 수도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대출계약서 외에 계약내용 확인서(텀시트) 제출도 허용한 것과 관련, 김 의원은 “대출할 때 이율과 상환방식 등을 약정한 계약서가 공개되어야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지, 텀시트 만으로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밖에도 “외환관리법상 단순차입금은 국내에 못 들어온다”며 “나티시스 은행 차입금은 경상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로 들여오려면 외환 당국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현대그룹은 신고조차 안 해 외환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령 그 돈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애초 심사 시 비가격적 요소인 재정건전성 부문에서 점수를 받을 수 없는데 채권단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금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인수 후 부실문제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은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