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희 한국관광공사 홍보실장(사진)이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담담하게 내뱉는다. 어떻게 보면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태도가 그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다.
강 실장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두 개 있다.
지난 2004년 캐나다 토론토지사의 지사장으로 파견된 것이 처음 ‘최초’다. 관광공사가 1969년 일본 도쿄에 해외 지사를 개설한 이후 처음으로 여성을 ‘관광 한국’을 알리는 첨병인 해외 지사의 수장에 앉힌 것이었다. 당시로는 파격이었다.
이어 두 번째는 올해 초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관광공사 사장 직속인 홍보실 실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번 인사는 공사 사상 처음으로 상위 직급에 의한 하위직 드래프트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었기 때문에 강 실장의 승진은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강 실장은 “지난 1996년 런던지사 차장으로 발령 받아 나갔을 때는 남자 동기들이 다 나간 후에 제일 마지막으로 나간 거였는데 이후는 그 순서가 조금씩 당겨져 이제는 비슷하게 발령을 받는다”며 “지금은 여직원들을 빼놓고는 인사를 할 수 없어 (여성들의 해외 지사 발령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지사 발령을 처음 받았을 때) 이런 자리를 차지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선배들이 많이 격려해줬고 이후에는 지사 파견 신청 등은 내 권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만 해도 여직원의 해외 지사 파견에 대해 여직원이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다 해외 지사를 신청할 수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그렇다고 사회생활에 있어 성별로 인한 장벽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는 이러한 장벽에 대해 과감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앞서 나갈 필요는 없지만 동료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여자라는 이유로 또는 나이 때문에 제외됐다는 판단이 될 때는 이에 대한 의사 표현을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강 실장은 또 부당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고 할 때 여성 본인도 이를 지적할 수 있을 만큼 직장 내에서 ‘신뢰’를 쌓아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사람이 부당함을 얘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인식할 만큼 업무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 소통을 통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사소한 예를 들어 지사에서 근무를 할 때 통화도 별로 하지 않던 한 남자 직원은 귀국하기 전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 직원들은 그런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혼자 일을 잘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관계를 잘 쌓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화 한 통화, 이메일 한 통으로도 다른 이들에게 존재를 인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근무를 하면서도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또 한국을 알리기 위한 새로운 아이템들 개발에 앞장섰다.
그는 “한국은 5000년의 긴 역사를 가진 나라기 때문에 충분한 매력이 있다”며 “하지만 모든 국가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국가들에 맞는 아이템을 개발해 한국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한국과 중국, 또 일본과 연계한 관광 상품을 고안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와 우리나라 한 곳만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5년 전 처음 한국관광공사에서 업무를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은 국격도 향상되고 관광 산업도 같이 성장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입사 초기에 조직과 같이 성장하겠다던 야무진 꿈을 가졌었는데 나도 발전했다고 느끼고 관광목적지로서 한국도 인정받고 있다”며 기뻐했다.
회사와 개인 생활의 조화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생활을 모두 회사에 올인하는 건 결국 회사 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다른 생활에서도 만족감과 가치를 찾아야 회사 생활에서도 새로움을 느끼고 열심히 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는 사회 생활을 하는 다른 여성들의 멘토로 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직장 생활 초기에 많은 선배들의 격려로 해외 지사 근무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처럼 후배들을 ‘넌 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고 좋은 본보기가 돼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용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