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시작된 국회 상임위원회별 새해 예산안 심사가 곳곳에서 파행을 겪었다.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추궁 및 공방이 이어지면서 의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특히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출석한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우윤근 민주당 의원) 전체회의에선 여야 가릴 것 없이 검찰의 ‘과잉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초 이날 법사위에선 계류 중인 주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5일 검찰이 청목회 로비와 관련해 여야 현역 의원 11명의 지역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데 따른 여야 의원들의 ‘현안보고’ 요청으로 회의 일정 자체를 변경한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출석한 이 장관을 상대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해 부실 은폐 수사를 했던 검찰이 이제는 야당 탄압에 나서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이뤄지는 도중에 검찰이 강제 압수수색을 실시한 건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고 가세했다.
다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며 검찰의 조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검찰의 압수수색은 독자적으로 판단해 실시했으며 수사 상황에 따라 필요성이 있어서 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 그는 ‘이번 검찰 수사가 ‘대포폰(명의도용 휴대전화)’ 논란이 불거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건에 대한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물음엔 “나는 물론, 국무총리도, 청와대도 (압수수색을 하는 줄) 몰랐다”며 “다른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보고받았다”고 거듭 밝혔다.
청목회의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대상이었던 행정안전위에선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의원들이 직접 후원금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이인기 한나라당, 최규식 민주당 의원 등은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받았는데 마치 불법 자금을 받은 것처럼 검찰이 강압 수사를 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밖에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도 오전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오간 끝에 정회됐으며, 지식경제위와 환경노동위 전체회의도 회의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정무위는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총리실 등 각 소관 기관의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받았고, 기획재정위에서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예산안을 심의하는 의미가 없다”(이용섭 민주당 의원)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다만 교육과학기술위는 당초 일정대로 전체회의를 열어 상지대 등 분쟁사학정상화 추진과 관련된 청문회를 진행했다.
야당의 요구로 마련된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장을 상대로 사학비리로 물러난 상지대 옛 재단측 인사를 정이사로 선임한 배경을 추궁했다.
장용석 기자 ys4174@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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