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삼성생명의 보험료 카드납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와의 협상 끝에 순수 보장성 보험만 보험료 카드납부가 가능토록 했지만 카드납 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5일 생보업계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삼성생명의 보험료 카드 납부 실적은 각각 3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이 회사가 매월 1조원이 넘는 보험료를 거둬들이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 납부 실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유일하게 보험료 카드납부가 가능했던 삼성카드와의 수수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7월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8월 수수료 협상이 타결됐지만 순수 보장성 보험에 대해서만 카드납부가 가능토록 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분쟁 전 삼성생명의 카드납 실적은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월 7억6100만원이던 카드납 실적은 지난해 말 10억6400만원으로 늘었고, 수수료 분쟁 직전인 올 5월에는 12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생보업계는 삼성생명이 적극적으로 기존 카드납부 고객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전환시킨 것을카드납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저축성 기능이 전혀 없는 순수 보장성 보험 상품의 숫자가 많지 않고 보험료가 훨씬 저렴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와 카드사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빅3 가운데 교보생명과 대한생명이 각각 9월, 10월부터 카드 납부를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으로 이번 기회에 카드 수수료율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겠다는 분위기가 업계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아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삼성·대한·교보생명 빅3의 보험료 카드납 실적이 원래부터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대형 3사의 카드납 실적은 총 70억원으로 전체 생보업계의 5.6%에 불과했다. 카드납부가 많은 신한생명(236억원, 5월 기준), 라이나생명(227억원), AIA생명(206억원), KDB생명(117억원) 등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생보사는 아직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순수 보장성 보험만 받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카드를 안 받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고 본다"며 "생보사들이 주장하는 1.5%의 수수료율은 전체 가맹점 수수료율 평균 2.15%보다도 낮은 것으로 고정 비용과 보험료 카드납 매출액을 따져보면 역마진"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