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축소작업에 나섰는데도 감면규모는 오히려 불어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지만 기존 감면 항목을 없애거나 축소해도 새로운 항목이 생겨나는 것도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2007년 대비 2011년의 국세 수입은 16% 증가에 그치는데 반해 비과세.감면은 36%가 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세감면 4년새 36% 늘어…올해 줄었지만 내년엔 증가
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서 비과세.감면을 통한 내년 국세감면액을 31조3천6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잠정치보다 4%(1조2천204억원)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가 2000년 이래 국세감면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첫해가 됐다가 내년에 다시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가 2009년 세제개편 때부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비과세.감면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는데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감면액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없애거나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도 다시 증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동안 국세감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0~2004년 13조~18조원대에서 2005년 20조원대에 접어든 뒤 2006년 21조3천380억원, 2007년 22조9천652억원, 2008년 28조7천827억원, 2009년 31조621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30조1천396억원으로 줄었다가 내년에 31조4천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내년 전망치는 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7년 국세감면액과 비교해 4년만에 36.6%(8조4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같은 기간 국세수입(2007년 161조4천591억원→2011년 187조8천469억원) 증가율인 16.3%(26조4천억원)의 갑절이 넘는다.
4년 새 국세감면 증가액이 같은 기간 세수 증가액의 30%에 해당하는 셈이다.
◇항목 줄여도 감면액은 늘어…'임투공제' 공방 불가피
2008년 이후 급증 배경을 보면 2008년에는 고유가 대책으로 2조7천억원에 달하는 유가환급금을 지원한 것이, 작년에는 처음으로 근로장려금 4천537억원이 지급되고 노후차 교체 세제혜택 등이 제공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에 따른 감면 규모도 2009년 1조5천억원대에서 올해 1조8천억원대에 이어 내년에는 2조8천억원으로 늘어나는 것도 증가요인이다.
아울러 내년에 첫 감면혜택을 보게 될 고용증대세액공제도 2천5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법인세 감면 규모는 7조9천억원대로 올해보다 9천억원가량 늘어난다.
고유가와 경제위기, 신성장동력 육성이 주된 증가 배경인 셈이다.
특히 감면항목을 줄이는데도 새로운 감면제도가 추가되거나 감면규모가 큰 제도가 일몰이 연장된데 따른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실제 조세지출예산서에 포함된 국세감면항목은 2007년 219개, 2008년 189개, 2009년 180개, 2010년 177개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는데, 올해 177개로 정비되는 과정에서 34개 항목이 줄고 31개 항목이 추가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99~2008년에 조세지출보고서에 오른 바 있는 감면항목은 모두 367개이며 이 기간 폐지되거나 일몰 종료된 것이 143개인 반면 신설항목은 160개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세제개편 때도 연말에 일몰되는 50개 가운데 16개를 없애고 3개를 축소하기로 했지만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제도나 국내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 신설 제도도 적지 않았다.
더욱이 감면 규모가 큰 제도는 폐지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정부가 폐지를 추진했다가 국회에서 지방 투자에 한해 살아남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도 폐지를 추진하지만 이미 현행 유지안을 담은 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상황이어서 국회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대로 또 살아남을 경우 2011년 감면 예상액(1조4천억원) 만큼이 2012년에도 감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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