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유통업체 불평등 대우가 부를 국내 유통시장 위기

2010-10-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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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형 유통업체는 국내 무제한 진출, 국내 업체 유럽 진출 사실상 차단

EU 대형 유통업체는 국내 무제한 진출, 국내 업체 유럽 진출 사실상 차단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내년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함께 국내 유통시장이 EU 유통업체들에게 휘둘릴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국내 업체에 가해지고 있는 고강도 규제 때문이다.

한·EU FTA 협정에 따라 EU 유통업체들은 국내 유통시장에 아무런 제한 없이 진출할 수 있다. 유럽계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들이 국내 유통업체들에 비해 선진 마케팅 기법으로 무장한 것도 위허 요인이다.

반면에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소규모 슈퍼마켓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매장 개설 등 영업제한을 받고 있어 유럽계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항할 무기와 수단이 제한적이다.

 ◆EU 대형 유통업체, 사실상 규제 불가능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되면 EU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국내 유통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EU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서도 정당하고 합리적인 규제는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한·EU FTA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한국과 EU 모두 시장접근제한조치를 할 수 없다”며 “다만 정당하고 합리적인 규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사 EU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로 인해 국내 영세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더라도 정부가 EU의 대형 유통업체들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EU의 대형 유통업체의 국내시장 진출에 따른 피해를 인지하고 규제를 가하려고 하면 해당 대형 유통업체는 한·EU FTA를 근거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한·EU FTA를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형 유통업체 규제 문제는 국제통상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 정부가 EU의 대형 유통업체들을 규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에 반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해 “영세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져 왔었고 정치권도 그런 방향으로 관련 법률들을 개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들이 개정되면 거기에 따라 국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지금보다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발목 묶인 국내 대형 유통업체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에 가해지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는 사업조정신청제도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경영에 현저하게 악영향을 주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중소기업자 단체는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장은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조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대기업에 사업 확장 등의 시기를 3년 이내에서 기간을 정해 연기하거나 생산품목 등을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해당 대기업이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그 권고대상이나 내용 등을 공표하고 공표 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중기청장은 해당 대기업에 그 이행을 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도 홈플러스, 롯데수퍼 같은 대형 유통업체는 사업조정 신청으로 입점 보류하는 결정을 해야 했다.

정치권도 대형 유통업체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주요 개정 내용은 △전통시장 500m 이내 SSM 등록 제한 △SSM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 포함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백화점은 EU 진출 제약

EU는 사실상 우리나라 백화점의 진출을 막을 수 있는 경제적 수요 심사라는 강력한 수단을 확보했다. 따라서 국내 백화점이 EU에 진출할 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EU FTA 협정문에 따르면 소매서비스와 관련해 우리나라 백화점이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몰타, 포르투갈에 진출할 때에는 경제적 수요 심사를 받아야 한다.

경제적 수요 심사의 주요 심사기준은 △기존 매장의 수와 이에 대한 영향 △인구밀도 △지리적 산포 △교통조건에 대한 영향 △새로운 고용 창출이다.

해당 EU 회원국들이 우리나라 백화점의 진출로 자국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하면 우리나라 백화점 진출을 막을 수 있는 근거조항이 마련된 것이다.

더구나 스웨덴은 우리나라 업체가 자국에 진출해 의류나 신발 등을 일시적으로 판매하려 할 때도 경제적 수요 심사를 할 수 있다. 주요 심사기준은 해당 지역에 있는 기존 매장에 대한 영향이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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