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황영조'에서 '사고뭉치'로 전락했던 장거리 육상의 기대주 전은회(22.대구도시공사)가 부활의 날개를 폈다.
전은회는 2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체육대학 장거리육상대회에서 28분23초62의 기록으로 2위에 오르면서 24년 묵은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시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전은회는 2005년 전국고교마라톤대회 10㎞ 레이스에서 29분27초로 1989년 황영조가 세운 고등부 기록(29분31초)을 갈아치우며 '제2의 황영조'로 주목받았던 기대주다.
그러나 다혈질 성격을 이기지 못해 실력보다는 말썽으로 시선을 끄는 일이 더 많았다.
2007년 건국대에 입학해서는 훈련 문제로 학교 측과 말썽을 빚었고, 대학교 중퇴 후 입단한 삼성전자육상단에서도 음주 문제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다 결국 2008년 퇴출당했다.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궁지에 몰려 있던 전은회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가 대구도시공사 육상단의 김홍화 코치였다.
1년 동안 운동을 쉬고 있던 전은회의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한 김 코치는 직접 전은회와 아버지를 찾아가 운동을 다시 시작하자고 설득했다.
물론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팀에서도 이미 사고뭉치로 알려진 전은회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고, 주변에서도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퍼졌다.
전은회는 "그러나 김 코치님과 팀에서 확실히 지원해 줬다. 나를 아직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 힘을 얻었다. '운동으로 보답하자'는 생각으로 죽을 힘을 다해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철이 없었고, 감정적인 대응을 했던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코치도 "은회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다. 함께 생활하며 어머니처럼 마음 편히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더니 몸을 아끼지 않고 죽기살기로 연습하더라"고 전했다.
이미 2007년 6개월 동안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서 기술적으로 성장했던 전은회는 자율적인 훈련 환경에서 체력과 기술을 접목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몇 차례 다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몸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체중도 줄고 근육량도 늘어났다.
전은회는 "7월쯤엔 '예전 실력을 되찾았다'는 느낌이 오더라. 매년 여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곤 했는데 올해 하계 훈련을 잘 넘기면서 좋은 분위기를 탔다. 이번에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에는 '한국 신기록도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은회는 "페이스메이커 없이 선두에서 달리지만 않았다면 28분10초대까지도 줄일 수 있었다. 그리 많이 지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전은회의 목표는 마라톤이다.
전은회는 "나는 트랙보다는 도로에서 달릴 때 더 강점이 있는 것 같다. 남들이 지칠 때 거의 지치지 않는다"면서 "아직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 대표로 뽑히지 못했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동계 훈련을 철저히 해서 내년 3월 동아마라톤에서 실력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김홍화 코치 역시 "예전에 황영조도 지도한 일이 있는데, 은회의 5,000m 기록이 황영조보다 25~30초 정도는 빠르다. 스피드를 더 끌어올린다면 2시간6분대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전은회는 "목표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왕이면 금메달이면 좋겠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만큼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