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고득관 기자) "환율 논쟁은 이것으로 종식될 것"
23일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직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자국의 수출 증대를 위해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잇따라 하향하면서 촉발된 환율전쟁은 이렇게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로 일단락됐다.
금융권은 이번 합의로 한은의 기준금리 정상화 작업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휴전 선언에도 과제는 산적
이번 경주에서의 환율전쟁 휴전선언은 '시장결정적 환율', '지속가능한 경상수지 추구'로 요약된다.
그동안 세계 환율시장은 세계 각국의 통화당국이 개입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절하면서 혼탁한 양상을 띄었다. '시장결정적 환율'은 환율이 공급과 수요의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될 수 있도록 통화당국의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하자는 내용이다.
이 문구는 지난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나온 '시장지향적 환율'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시장지향적 환율'이란 단어는 필요시 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지만 '시장결정적 환율'은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의미다.
또 '지속가능한 경상수지 추구'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 세계 각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근본적 요인유인 경상수지의 불균형 자체를 교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향후 이같은 합의안이 제대로 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G2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나라가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시장결정적 환율'을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구속력이 없는 G20 체제의 특성상 환율에 대한 선언적 합의를 어떻게 시스템화할 것이냐도 관건이다.
또 지속가능한 경상수지의 수준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속가능한'이란 용어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선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를 이행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아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 이후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도 고민거리다.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평가절상이 원화의 동반 절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로서는 수출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현안으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
◇ 연내 기준금리 인상 탄력 전망
시장의 관심은 G20 정상회의 직후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석달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했으나 금통위는 석달 연속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금리를 인상했을 경우 외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결정이 우리나라도 환율전쟁에 동참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G20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 하락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또 금통위가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쳐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전쟁이 일단락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재무장관가 끝나고 "이번 합의로 환율 문제와 글로벌 불균형을 둘러싼 대립각이 줄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서는 통화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고려해야 할 여러 부작용 중 하나가 원만히 해결됐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G20 장관회의는 그동안 환율과 물가를 놓고 고심했던 한은의 부담을 상당히 덜어줬다"라며 "물가 불안이 팽배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초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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