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재정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NPR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거나 감축해야 한다는 공화당 유력인사들의 주장까지 가세하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NPR는 자사의 뉴스 애널리스트인 후안 윌리엄스가 지난 18일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이슬람 복장을 한 승객이 비행기에 타고 있으면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는 등 반(反) 이슬람 편견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즉각 해고했다. 하지만 이 조치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위싱턴포스트(WP)는 23일 "윌리엄스 해고 사태 이후 NPR가 오히려 재정 지원 삭감 역풍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에릭 캔터, 짐 드민트 의원과 공화당 출신 전 하원의장인 뉴트 깅그리치는 공영방송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을 의회에 촉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NPR 내부에서도 윌리엄스 해고 조치는 부적절한 것이었다는 의견이 강해 결국 NPR 회장인 비비언 쉴러는 22일 일부 직원과의 면담에서 자신이 이번 사태를 다룬 방식에 대해 후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과거 NPR 보도 성향을 진보적이라고 비판해온 보수파들의 NPR 재정지원 삭감 요구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중간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불거진데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비판 여론이 이어질 경우 NPR 재정지원 축소는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NPR는 연간 1억5천4백만달러의 운영자금 중 불과 2%가량을 연방재정으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8백여 곳의 가맹 방송사들은 세금감면혜택을 받고 있고 일부 소규모 방송사들은 운영자금의 3분의 1까지 정부 재정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재정지원 삭감은 방송사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PR는 윌리엄스 해고사태 이후 자사 인터넷 웹사이트에 "윌리엄스를 복직시키지 않으면 모든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항의 메일이 폭주하고 있다고 NPR 옴부즈먼은 전했다.
특히 쉴러 회장은 윌리엄스 해고 결정 이튿날 해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공개적으로 "윌리엄스의 이슬람 관련 발언은 정신과 의사와 나눴어야 할 얘기"라고 언급했다가 또 한 번 비판을 받았다.
쉴러 회장은 이날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이번 사태를 자탄하면서 이번 상황을 재검토하고 향후 대처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NPR 기자는 "직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낭패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경영진이 윌리엄스 해고 결정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내렸고, 정신과 의사 발언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NPR 계열인 워싱턴 D.C. 지역의 WAMU-FM 경영자인 캐린 매티스는 이번 논란이 정치적 행동으로 확산돼 공영방송의 존립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굴러가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사태가 재정 지원이 어디서 이뤄지든 편집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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