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환율전쟁.' 최근 신문지면이나 방송의 톱을 장식하는 이슈다.
주요 경제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에 나섰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트리며 환율대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의 핫머니가 국내 자본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지난 한달 동안 원·달러 환율은 40.30원(종가기준)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는 4조3034억원의 외국인자금이 순유입되며 108.02포인트나 올랐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33%포인트 급락했다.
10월 들어 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져 국내 증시에 벌써 2조5534억원(14일 종가기준)의 외국인자금이 들어왔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일 3.08%로 장을 마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환율은 하락기조를 유지하며 1110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이 같은 환율 변화에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며, 향후 경영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정말 '급변'하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 2008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25개월 동안의 월간 환율 변동폭(월초 종가-월말 종가)을 살펴보면, 환율이 하락한 달은 13번이었다.
이중 지난 9월보다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12월, 2009년 3·4·9월, 올해 7월 등 5번이나 됐다. 당시에는 환율 문제가 이슈화 되지 않았다.
또 환율 변동성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월별 일평균 환율 변동폭을 살펴보면 지난 9월은 4.19원으로 최근 2년새 2번째로 낮았다. 가장 낮았던 것은 올 3월의 3.80원이고, 가장 컸을 때는 2008년 10월의 47.71원이다. 이 기간 전체 평균은 8.34원이다.
환율이 하향 안정화라는 기조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환율사태'로 확대 해석할 상황은 아니란 얘기다. 외국인 자금 유입도 영향이 있지만 견조한 한국경제의 성장세라는 측면이 크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환율보다는 대외정책 공조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염두한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경제는 심리다. 커지는 불안심리를 가중시키면 낙인효과가 발생한다. 경제 위기가 온다는 불안감이 실제로 경제 위기를 부른다는 의미다.
물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경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정책당국과 시장의 몫이다.
걱정이 걱정을 낳는 법이다. 불과 2년반전 환율이 1000원이었고, 3년전이 900원대였다. 최근 환율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은 한국 경제에 부담스럽기만 하다.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