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엔 없는 한방다이어트 시장, 한국이 선점해야"

2011-01-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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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미소진한의원 원장 인터뷰(1)

  
 
정윤섭 미소진한의원 원장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도심 거리마다 '한방다이어트' 간판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 조금 남다른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다이어트 전문 한의사가 있다. '카이스트 출신 한의사'라는 게 그의 꼬리표다.

하지만 '출신' 따위는 괘념치 않고 미래만을 향해 달리고 있는 정윤섭(40) 미소진한의원 원장을 송파구 잠실에 있는 그의 한의원에서 만나봤다.

부드러운 외모에 '여장부'와 같은 당찬 성격, 외유내강의 표본과도 같은 그는 큰 꿈을 이뤄가고 있는 속도를 반영하듯 '알레그로 칸타빌레'로 인터뷰에 답했다. 빠르게, 그렇지만 노래하듯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한의학에 현대 과학을 접목시켜 의술을 펼치고 있는 정 원장은 카이스트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고 매달려 왔던 화학에서 어떻게 한의학으로 진로를 틀게 됐을까.

그는 "화학이 인류사에 득을 주기도 했지만 해를 끼친 적도 많았다"며 어린 시절 "화학이 도리어 발전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신 사람을 치료한다면 세상에 훨씬 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의대 문턱을 넘게 된 데는 어머니의 병고도 큰 계기가 됐다.

그러나 정 원장은 카이스트에 계속 남아 과학과 관련된 일을 했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일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자신이 연구직보단 기관의 리더가 되거나 사업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데 적합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설명이다.

자신이 사업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지닌 것 같다고 말하는 정 원장은 현재 헬스케어전문회사 '에버케어'와 제휴해 의료관광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의료관광센터를 구축하고, 해외에 분점을 내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의술을 펼칠 계획이다.

그런데 보통 단기간에 이뤄지는 의료관광과 장기간의 관리를 필요로 하는 한의학의 한약처방이나 체중감량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

정 원장은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3~4주 정도로 체류기간이 긴 여행객들의 다이어트를 국내에서 돕고, 이후 이들이 본국에 돌아갈 때 가져갈 약을 미리 처방하고 식이요법이나 유지관리 요법에 대해 설명해주면 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보다 중국의 의료관광업이 더 발전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의 한 실명 환자가 두 달 동안 중국에 체류하면서 침술로 시력을 회복했다며 외국인들이 한방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에 체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그러나 "중국의 의료관광이 '의료' 중심인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성형을 비롯한 '미용' 위주로 의료관광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한방다이어트'란 개념 자체가 없지만 한국 한방 다이어트 시장은 매우 넓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ㆍ중국ㆍ일본에 진출해 한방 다이어트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한방다이어트 전문가답게 '지나치게 마르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의 다이어트 경향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TV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서양 사람들은 건강미나 근육이 발달한 강한 이미지를 좋아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르고 가녀린 체형을 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전문 한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일까.

정 원장은 "본인이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최근 한 고도비만 여중생을 치료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공부도 곧잘하는 이 여중생은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다 단기간에 살이 심하게 쪄 고민하다 그의 도움으로 건강하게 살을 뺀 후 감사의 마음을 직접 만든 인형으로 전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다이어트 목표는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쉽게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매번 보람을 느낄 것 같지만 '건강'보다는 '마른 것'을 원하는 요즘 세태 탓에 매번 보람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 사법연수생들마저 자신의 한의원을 많이 찾고 있다며 변호사 등 전문직 여성까지 외모에 중점을 두고 있는 요즘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정 원장은 "직종을 불문하고 '마른 몸'을 요구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대다수 여성들에게 감량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탄대로만 걸어온 정 원장도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느껴봤을까.

그는 "학교를 다닐 때나 일을 할 때도 어느 조직이나 여성이 소수인 곳에만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특별히 '대접받는' 희소성의 가치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며 어느 집단이든 여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종종 도리어 여성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원장은 한의원에도 여성이 훨씬 많기 때문에 출산과 육아 부담을 안고 있는 여직원에 대해서는 오너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그는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고용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들이 먼저 능력을 키우고, 회사와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vces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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